“막연한 로망과 환상을 넘어 ‘한국인의 삶’ 돌아보세요”
세상에 남의 연애사 만큼 재미난 것이 또 있을까. 춤과 음악이 흘러넘치는 낭만의 섬 쿠바, 그 낯선 땅에서의 꿈같은 러브스토리를 솔직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쿠바의 연인’(배급 시네마달)의 연출가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정호현(39) 감독은 영화를 “본격 연애 다큐”라며 “영화는 낯선 땅에서 만난 연인과 그의 나라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정 감독이 실제 쿠바 여행 중에 만난 귀여운 연하남 오리엘비스와의 만남에서부터 쿠바와 한국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시시콜콜한 연애사를 담았다. 쿠바 남자와 한국 여자, 게다가 무려 10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간략한 프로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데다 모든 내용이 100% 실제 상황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9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체 게바라와 관련한 서적, 캐릭터 용품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최근에는 쿠바의 사진작가 코르바의 사진전이 개최되는 등 쿠바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 감독은 이러한 현상을 “한국에서 쿠바를 바라볼 때는 혁명, 자연 등 낭만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쿠바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영화는 쿠바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국인과 관광객을 철저히 구분하는 이중 화폐체계, 적은 임금에 비해 비싼 생필품, 전화나 인터넷 등 통신수단 사용의 어려움 등 감독이 작은 카메라 하나로 쿠바 구석구석을 다니며 기록한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짜 쿠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쿠바의 만원 버스 안에서 광인이 노래를 부르자 주변의 탑승객들이 모두 박수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하는 장면은 정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갖는 장면 중 하나. 그는 “외국인, 술에 취한 사람, 심지어는 광인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쿠바인들의 매력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재직하던 중 한 문화센터의 비디오 작가 과정을 수강하면서 에세이식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에 소재한 요크대학에서 영화과 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그는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일상에서의 고민과 억압을 드러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여성의 성문제를 다룬 ‘평범하지 않은 평범’(1999), 한 가정에서 남녀 간 명절을 보내는 방법의 차이를 다룬 ‘딸들의 명절’(2000), 맹신도인 감독의 어머니를 사회적 맥락으로 읽은 ‘엄마를 찾아서’(2005,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상 수상) 등 여성의 일상적 문제를 다루는 데 주력해왔다.
영화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자세한 정보는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cubanbo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