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토끼해가 밝았다. 밀레니엄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11년. 안보와 외교, 정치의 현안이 치열한 갈등을 예고하는 한 해, 어느 때보다 성숙한 소통의 기술이 필요한 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변되는 ‘스마트’ 세상의 소통 구조는 정보 민주화란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지만, 다른 한편 매우 위험스럽고 불편하다. 스마트 세상은 이글거리는 콘텐츠의 용광로와 같다. 그 가운데는 상반된 ‘사실’과 ‘관점’과 ‘의견’이 넘쳐흐른다.

연말 일명 ‘미네르바 사건’ 관련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위키 리크스의 미국 정부 문서 공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둘러싼 위조와 음모설 등의 교훈이 그렇다.

이런 현상을 국민성을 의심하거나, 몇몇 사상이 불온한 자들의 망국 행위로 단죄하면서 검열과 색출로 막을 수 있을까? 스마트 시대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거짓말’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를 유포시키면서 더욱 큰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지어내 엉뚱한 ‘사실 아닌 사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시대적 문화현상이고 유희적 행위이기도 하다.

유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권력을 들이댄다는 건 얼마나 미련해 보일까? 페이스북의 경우만 해도 하루 10억 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아무리 강력한 공권력이라고 해도 지나가는 바람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일사분란한 통제를 하기엔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서 있다. ‘통제’나 ‘색출’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이 소통구조의 일원이 되어서 어떻게 설득해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투명한 자료 공개와 진정성 있는 논리구조로 성의 있게 설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정보 민주화 시대의 부작용을 해결할 근본적이고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이성적인 판단력을 갖춘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일 것이다. 이미 경험한 대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환경에서 무엇을 믿고 무엇을 선택할지는 개인에게 달려있다. 미성숙한 생각, 근거 없는 주장, 허위 정보를 가려내면서 건강한 자기 소신을 펼쳐나갈 수 있는 자질을 개인이 키워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정보의 민주화는 분명 IT 기술혁명이 가져온 축복이다. 이 축복을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군중심리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여성들에게 ‘스마트한’ 소통의 기술을 익혀나가는 것은 큰 과제다. 새로운 소통의 장에서도 남자들은 소통의 강자이며, 여성을 비하하는 콘텐츠가 유통된다. 

여성신문 23년째, 여성들이 스마트 소통의 당당한 주인공이 돼야 하는 새로운 사명을 갖고 새해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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