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성차별, 아직도 수두룩
교과서 성차별, 아직도 수두룩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2.31 11:34
  • 수정 2010-12-3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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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책연구원, 초·중 교과서 성차별 실태 분석
“하루빨리 이 며느리를 돌려보내야지. 방귀 한 번 더 뀌었다가는 집터만 남게 생겼거든. (중략) 떡 조금 해 가지고 손에 들려서 시아버지 앞장세워 친정으로 보냈어.”(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말하기 듣기’ 12쪽)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방귀쟁이 두 사람이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자기의 방귀가 더 세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쓰기’ 90쪽)

교과서에 등장하는 두 사례는 방귀라는 동일한 행동이 남성과 여성에게 얼마나 다르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며느리는 자신의 방귀에 대해 떳떳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채 결혼한 후 심한 방귀로 친정으로 쫓겨난다. 반면 방귀가 세다고 자랑하는 두 남성은 서로의 방귀를 뽐내기 위해 물건을 날리며 시합을 벌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책임연구원 정해숙)은 여성가족부 의뢰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교과서 성차별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에서 여성이 방귀를 뀌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묘사해 몸가짐을 조심하고 얌전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비해 남성의 방귀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한 것으로 대비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원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지금까지 보급된 초등 1~4학년과 중학 1학년 교과서 110권을 분석해 성차별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교과서의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은 등장인물 비율부터 차이를 보였다. 교과서 등장인물의 성비는 남성이 63%로 여성 37%에 비해 훨씬 높았다.

등장인물의 배경도 초등 교과서의 경우 직장·일터를 배경으로 한 문장에서 남성 인물이 여성 인물의 7배에 달했고, 중학 교과서의 가사활동 사진·삽화에서 여성 인물이 남성의 5배에 달해 성역할을 고정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고 연구원은 꼬집었다.

특히 K출판사와 C출판사의 중학 기술·가정 교과서가 성폭력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단정 아래 피해 여성들이 겪는 후유증만 자세히 서술하고, C출판사 교과서의 서술과 삽화는 성폭력은 거부하거나 끝까지 저항하면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10대 임신을 여학생 혼자만의 문제로 다뤄 남성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이와는 달리 초등 3학년 음악 교과서의 경우 여성 인물의 단독 연주 장면이 나오는 등 등장인물의 성별을 균형 있게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 1, 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서도 신체활동 삽화에 남성과 여성 인물이 줄곧 함께 등장하며, 초등 체육 교과서도 남성적 종목으로 인식되는 운동 종목의 활동 예시 장면에 여성을 모델로 제시했다. 또 중학 체육 교과서도 축구와 달리기 종목을 설명하는 삽화에서 여성과 남성의 시범 모습을 나란히 제시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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