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업고 박물관 나들이
아기 업고 박물관 나들이
  • 박찬희
  • 승인 2010.12.31 11:29
  • 수정 2010-12-3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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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줄줄 흐른다. 서령이를 맨 어깨띠 고리가 잘못 끼워질수록 마음이 급해지고 그럴수록 더 어긋난다. 처음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아이와 함께 멀리 갈 때는 늘 허둥지둥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메고 가야 할 짐이 많다. 덩치가 큰 카메라를 뺄까 망설이다 다시 집어넣는다. 전에는 늘 가지고 다녔지만 이제는 아니다. 캥거루 새끼처럼 어깨띠에 쏙 들어간 서령이는 콧바람 쐴 생각에 들떠 얼른 나가자고 몸을 비비 튼다. 어깨가 출렁거리면서 다시 카메라를 고민한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땀이 식었다. 서령이는 늘 그렇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한 여자아이가 오자 “언니”라고 소리치며 좋아한다. 흔들거리는 서령이 다리가 내 다리에 닿을 때 기분은 언제나 좋다.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아이 하나와 나들이하기도 이런데 아이 여럿을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나들이 한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준비를 다 했다가도 비라도 내릴라치면 나들이를 포기하는 부모 마음을 알겠다.

버스정류장에는 서너 살쯤 돼 보이는 아이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엄마가 있었다. ‘어떻게 유모차를 실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버스가 섰다. 아이가 먼저 타고 엄마는 “뒷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소리친 후 뒷문으로 달려가 유모차를 싣는다. 높이가 낮고 뒷문이 넓은 저상 버스라 가능한 일인 듯싶다. 높이를 조금만 낮추어도 많은 것이 바뀐다. 나와 서령이도 손쉽게 버스에 올랐다.

서령이는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지나가는 차를 보며 “빠방, 빠방” 하고 소리치다 가로수를 보자 넋을 잃고 쳐다본다. “서령아, 지금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탔어. 오늘 박물관에 간다고 아빠가 얘기 했지” 다시 서령이에게 말해준다.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는 버스 타는 시간이 길어도 심하게 보채지 않는다.

잠든 서령이가 깰 때쯤 버스는 이촌동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촌역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올라왔다. 요즘은 지하철역마다, 어떤 곳은 육교에도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애써 찾아서 이용한다. 경제성이라는 잣대로만 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이동권일 것이다. “서령아 조금만 가면 박물관이야. 신나겠지.”

전시실에 들어서면서 유모차를 빌릴까 하다가 그냥 보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유모차를 빌려주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유모차는 외출할 때마다 고민이다. 가지고 가면 편하지만 정작 가지고 다니기는 무척 힘들다. 차가 있다면 모를까. 그래서 가벼운 유모차를 샀지만 역시 무겁다. 더 많은 공공시설에서 유모차를 마련한다면 부모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예전에 아이를 업고 전시를 보러 왔던 후배 모습이 떠오른다. ‘참 전시가 보고 싶었나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다. 꼭 보고 싶은 전시를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다. 백제금동대향로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령아, 이것이 아빠가 꼭 보고 싶었던 거야. 정말 멋지지 않니!”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서령이가 몸을 돌려 향로를 보더니 눈을 반짝거린다. 마주보던 아이와 내가 반반씩 얼굴을 돌려 같은 작품을 보고 있는 모습이란!

서령이가 슬슬 배고플 시간이다. 편하게 앉을 만한 의자를 찾다가 여성 전용 모유수유실, 가족 모유수유실을 보았다. 요즘 설치된 것인지,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을 위한 소중한 배려였다. 이제 박물관에 와서도 이런 시설에 눈길이 더 가니 관심사가 바뀌긴 바뀌었나 보다. 간식을 먹이면서 잘사는 나라란 어떤 사람이라도 가고 싶은 곳을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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