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중순, 아름다운재단은 새삼 분주하다. 홈페이지에는 연일 수백 명의 시민이 기부금을 보내며 올린 격려 글이 빼곡 빼곡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저는 오늘 밥이 아니라 희망을 먹습니다” “더 많이 보태주지 못해서 죄송스럽습니다. 덕분에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캠페인에 마음을 보탭니다” “배고픈 아이들,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더이상 ‘밥’ 때문에 스스로 작아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결식제로 SOS캠페인’에 대한 시민들의 응답은 열렬했다. 자기 아이들 이름으로 기부한 부모들, 장학금의 일부를 나누어준 대학생 등 전국에서 순식간에 억대의 돈이 모금됐다. 시민들의 십시일반은 아이들에게 밥 한 끼 편안하게 먹도록 챙겨주지 못하는 사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는 분노, 자괴감 그리고 책임감의 표현이었다.

지난해 12월 8일 강행 처리된 예산안에서 방학 중 결식아동급식비 정부예산 400억원이 감쪽같이 잘려나갔다. 지난 2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했던 예산을 이젠 지자체에서 모두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예산의 전액 감축은 광역지자체에 영향을 주고, 이는 시·군·구 단위의 기초단체에 바로 영향을 준다. 많은 기초단체는 빡빡한 예산 때문에 줄어든 결식아동 급식비를 메울 일이 걱정이다. 예산은 줄었지만, 오히려 대상 아이들은 늘어난 곳이 대부분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겨울방학부터 급식 지원을 받는 아동 중에서 휴일과 방학 중 굶게 되는 아이들이 40여만 명에 이르게 된다. 정부의 긴급예산이나 추경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미지수다. 딱히 어떤 후속 약속도 없다.

설혹 그렇게 되더라도 예산이 편성·집행될 때까진 시간이 걸린다. 밥은 예산을 기다리며 미뤘다가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밥이 필요한 아이들 수에 맞추어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으니, 예산에 맞추어 아이들을 먹여야만 한단 말인가. 무슨 기준으로 누구를 먹지 말라고 뺄 것인가.

전라도 어느 지역에선 초등학생 30% 정도가 방학 급식지원이 끊겨 밥을 굶을 상황에 있다. 많은 아이들이 집에서 아침을 챙겨먹지 못해 점심은 대부분 아침을 겸한 식사인데, 이러다간 결국 추운 겨울 두 끼를 굶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져 더 조정할 예산이 없게 된 지자체의 아이들, 그렇지 않아도 아침을 먹지 못해 점심이 되기 한참 전부터 “언제 밥을 먹느냐”고 보채는 아이들을 보며 월급은 나중에 받더라도 밥은 먹여야겠다는 선생님들에게 공정 사회를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밥 한 끼의 배고픔을 외면당하면서 사회적 냉기를 경험한 아이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 수 있을까. ‘정의’란 배고픈 사람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일이라고 정의하련다.

정부 당국 그리고 정치인 여러분, 배고픈 아이들 생각에 마음 아파하며 미안해하며 기부하는 수많은 이름 없는 시민들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돈에 맞춰 아이들의 밥그릇을 채우는 일이 없도록 긴급 예산 편성을 하는 염치 있는 정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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