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연시면 각 부처에서는 새해 업무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1994년도 업무계획을 짜기 위해 정무장관(제2)실은 모처럼만에 사무실을 벗어나 교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브레인스토밍을 가졌다. 권영자 장관도 자리를 함께했다.

당시 새해의 화두는 변화와 개혁, 국제화와 개방화 그리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있었다. 이 같은 화두를 타고 남녀평등 사회의 실현을 일궈내는 것이 새해 업무 계획의 기본 방향일 터였다. 필자를 포함해 간부들은 머리를 맞대고 저마다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우리 간부들은 1994년은 한국이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위원국으로 진출하는 첫 해이기도 하거니와 유엔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세계 가정의 해’ 주관은 가정복지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보건사회부라서 보사부와는 다른 차별화된 내용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서 다들 생각이 막혀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필자의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렇지, 보사부는 ‘화목한 가정’을 강조하고 있지. 그렇다면 우리는 ‘화목’이 아닌 다른 용어를 찾아야 하는데, 고심 끝에 마침 새로운 가족문화의 창출과 가정 내 남녀평등 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평등’을 대안 용어로 찾아냈다. 모두들 좋다고 했다. 그러고 나선 ‘가정’이라는 용어 말고 평등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다른 용어를 찾아보자고 해서 또 궁리한 끝에 주부의 가사노동 분담에 착안하여 ‘부부’에 초점을 두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민주적 가족관계 정립을 위한 ‘평등한 부부’ 선정사업이 주요 업무로 채택된 것이다.

정무장관(제2)실은 1994년 세계가정의 해를 맞아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각계 여론조사를 실시해 ‘평등한 부부’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마련하는 등 평등부부상을 확산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평등한 부부’ 사업은 그 이듬해부터는 정무장관(제2)실과 여성신문사가 공동 개최하는 ‘평등부부상’ 시상식으로 발전했다. 이 사업은 주부의 가사노동가치 평가를 제도화하고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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