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능력, 의지·성실성, 시댁과 남편 협력 절대적
“피부색·언어 떠나 따뜻한 시선으로 안아달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늘고 있다. 바리스타, 한국어 방문지도사, 간병인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돼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공무원, 경찰관, 은행원 등 직업인으로 제 몫을 다하는 여성들도 있다.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편입된 이들은 한국이란 낯선 땅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주 여성 직업교육·취업지원 활동을 벌이는 한국YWCA연합회 강교자 회장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많지만 영어강사부터 피어카운슬링(동료상담)까지 스스로 사회·경제적 자립 단계에 이른 여성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의 성공 비결은 한국어 능력과 적극적인 의지와 성실성, 시댁과 남편의 협력”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한국에 대한 사전 정보와 지식을 갖고 굳은 마음으로 결혼했는지 여부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부부가 협력해 사회 적응을 돕는 경우 잘 헤쳐 나가는 데 반해 시댁의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집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주 여성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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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공무원 된 몽골인

“박사학위에도 도전”

경기도청 공무원인 아리옹 수헤르데인(37)씨. 몽골 다르항시가 고향인 그는 2001년 겨울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를 배운 그는 2002년 12월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다문화가족과에서 일하는 그는 법무부 ‘결혼이민자 법정통역 양성과정’ 강의, ‘경기도와 함께 하는 해피패밀리’ 소식지 번역 감수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아리옹씨는 현재 생각나무 BB센터 공동대표, 몽골불금 공동체의 정보기획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결혼이민자 공동체 모임인 BB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고 자원봉사도 한다. 요즘은 몽골인 모임인 몽골불금 공동체 송년회를 준비하느라 더 바빠졌다.

한국 사회에 정착한 비결을 묻자 그는 “특별한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남의 것을 배우는 게 내 재산이 돼요. 열린 생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아리옹씨는 “한국은 부지런하고 정이 많은 나라”라고 했다. 한국 친구들은 한국에선 할머니 성함 끝에 ‘옹’자가 들어간다며 그를 ‘옹아 할머니’라고 부른단다. 아리옹씨는 “주변 사람들이 “‘한국이 몽골보다 좋지 않으냐, 생활하는 게 편하지 않으냐, 한국에 시집 잘 왔다’고 말하는 것은 싫다”며 “엄마가 못생긴 분이라도 엄마라서 소중하고 예뻐 보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외국어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석사논문 ‘이주 외국인의 정치적 정향’을 썼다. 아리옹씨는 “곧 박사학위에 도전할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한국 경찰이 된 이주 여성도 있다. 캄보디아 귀화 여성인 라 포마라(28)씨는 지난 8일 경찰청이 발표한 외사요원 특별채용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충북 충주의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신임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마친 후 경장으로 임용될 예정.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아브라크마노바 스베틀라나(34)씨. 그의 직장은 척추·디스크 전문 병원인 서울우리들병원 국제환자센터다. 러시아의과대를 졸업한 후 의사로 일한 그는 한국에서 러시아 관광객 통역일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10주일간의 의료관광 케어기버 양성과정을 마친 후 러시아인들을 돌보는 간병인이 됐다. 스베틀라나씨는 “사람들을 만나 한국을 알리는 일도 즐거웠지만 전공과 본업을 살린 지금의 직업이 더 좋다”며 “환자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프로 간병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율다셰바 닐류파르(왼쪽)씨와 베트남 출신 리 티 느빈씨가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잡바이센터’에서 자신들이 디자인해 만든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asrai@womennews.co.kr)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율다셰바 닐류파르(왼쪽)씨와 베트남 출신 리 티 느빈씨가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잡바이센터’에서 자신들이 디자인해 만든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asrai@womennews.co.kr)
은행원 된 우즈벡 여성

“이주 여성 일자리 많이 생겼으면…”

이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금융기관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우즈베키스탄 주부가 정식으로 은행원이 됐다. 부산은행은 지난 6월 ‘희망인턴사원’으로 채용했던 마크므드자노바 이로다씨를 최근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는 6∼8월 부산은행 인턴직원으로 근무했다.

이로다(29)씨는 현재 부산은행 감천동 지점에서 외국인 안내 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2006년 11월 한국에 왔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영화전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은행원과 보석 가게 판매원으로 일했다. 이로다씨는 “은행원이 되기까지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며 “‘재미있게 열심히 살면 다 이뤄진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며 웃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한국어를 배우러 다니다 게시판에서 구인 광고를 본 후 은행원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 그는 “고향에 있는 친정 식구들도 기뻐하고 다른 이주 여성들의 부러움도 한몸에 받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은행에서 일하면서 1남1녀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여성들에게 사실 좋은 일자리가 별로 없다”며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리 티 느빈(27)씨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율다셰바 닐류파르(25)씨는 지난 9월부터 서울 동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하 1층 창업보육실인 ‘잡바이센터’로 매일 출근한다. 동작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실내소품제작사 과정을 마친 이들은 지금 어엿한 ‘사장’이다. 에코백과 쿠션, 베개, 앞치마 등 생활소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거래처는 구청과 동작구 관내 사회복지시설. 폐현수막으로 만든 재활용 가방도 ‘인기상품’이다.

고향인 호치민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의류 제작일을 했던 느빈씨는 2006년 국제결혼해 한국에 왔다. 3살 된 딸을 둔 그는 “우리가 디자인한 소품이 반응이 좋아 기쁘다”며 “나중에 의류점을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가고시마 출신의 주부 와시미네 모토코(36)씨. 1997년 한국에 온 그는 한국어 방문지도사로 일한다. 그는 “한국어라는 언어에 매력을 느낀다”며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한국어능력시험 6급에 합격했다. 이듬해부터 방문교사로 활동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에도 입학했다. 지난 10월 전남사회복지협회가 시행한 ‘2010 결혼이민 여성 한국어능력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인데 동남아 외국인이 많아요. 모두 당당하게 살고 있어요.” 하지만 모토코씨도 가끔 서운할 때가 있다. “한국에선 여자들에게 이름 없고 누구 누구 엄마로 불리니까요.”

모토코씨는 “한국은 색이 강한 나라 같다. 한국화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에 정착한다는 것을 한국 사람처럼 사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문화를 알고, 이해하고,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정착”이라고 말했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함께 모여 다문화 카페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울산에 문을 연 ‘레인보우 카페’에 가면 바리스타 복장으로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으며 새로운 꿈을 꾸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베트남 출신 응우옌 티 녹자우(26)씨는 “직업 훈련을 받고 여성부가 추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업’의 지원으로 카페에 취업했다”며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이주 여성들은 “우리를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기대했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은 다른 세계에 대한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지닌 이주 여성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니어자원봉사자나 대학생·청년·청소년 봉사자들이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멘토링을 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 이주 여성들의 취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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