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65, 91? 이 숫자는 지난 11월 27일에 막을 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따낸 메달 수다. 참 대단하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게도 우리 국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국민은 모두 참 행복했다. 전에 없는 큰 성과를 거둔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칭찬으로 우리 선수들도 참 행복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행복감 속에 있는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하나의 신문기사가 있었다. 경기 도중 볼링 국가대표 선수에게 감독이 욕설과 폭력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는 사건이었다. 상황이 어떠했든 간에 외국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우리를 더욱 충격 속에 빠뜨렸다. 이에 상벌위원회에서는 감독에게 엄중경고조치를 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최근 들어 선수 폭력이나 성폭력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이 현장 지도자들에게는 매우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얼마 전 만난 한 엘리트 지도자는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일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이나 성폭력에 비해 그 비율이 높지 않고, 특정 몇몇 잘못된 생각을 가진 지도자 때문에 열심히 잘하고 있는 대다수의 지도자들까지 한꺼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고 속상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사람들이 다른 집단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바로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가장 중요한 집단이니까. 어떠한 술수도 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지고 그에 따라 결과가 나오니까. 그래서 스포츠인의 인권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따라서 스포츠 지도자들은 공인으로서 더 엄격한 도덕적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선수 성폭력 문제는 운동 특성상 지도자가 선수에 대한 전권(全權)을 행사할 수 있고, 훈련 과정에서 신체적인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에 쉽게 노출되기 어렵다. 성폭력은 신체적 폭력과 달리 피해자가 가해자를 밝히지 않는 한 사실을 밝히기가 어려우므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최근의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대한체육회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수(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대한체육회가 스포츠인 권익센터를 설치하고 선수 보호를 위한 자체 상담실을 오픈, 스포츠 인권보호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여 선수(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는 등 선수(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시작했음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운동을 선택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선수(성)폭력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선수(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자, 선수, 학부모 등 스포츠 관련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적 지상주의, 지도자의 처우 개선, 폭력에 대한 지도자 및 학부모의 인식 변화 등 스포츠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도자, 선수, 학부모 등이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예방교육이 의무화되고, 지도자 자격 부여 시 예방교육 이수가 필수조건이 돼야 한다. 형식적이 아닌 실제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선수 인권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할 때 선수 보호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보태어주자. 경기 때 ‘대한민국!’을 힘껏 외치면서 힘을 주었던 것처럼 선수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지도자들을 위해 ‘대한민국!’을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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