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지난 15일 발생한 구제역으로 22일 현재 전국적으로 23만 마리의 우제류가 살처분 매장되고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액이 2300억원에 이르는 데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잡히지 않고 계속 확산일로를 치닫자 방역 당국이 최후 수단인 우제류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구제역이란 놈이 한·미 FTA 협상과 맞물려 발생한 게, 우연치고는 참 기막히단 말야”라 비아냥대며 “쇠고기 방어했으나 구제역 발생으로 결국은 미국 소 수입 확대” “정말 미국 쇠고기 수입하려고 방역 허술하게 한 거야?” “쇠고기 수요가 큰 설을 불과 한 달 보름여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 명분도 생기게 된 것” 등의 자의적 주장들을 쏟아냈다.

또 지금까지의 살처분 방침을 바꿔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청정국가 지위 상실로 수출 길 막힐 거고, 구제역 국가들은 시장 개방 요구가 거세질 거고, 구제역 발생 국가들의 근본도 알 수 없는 고기가 싼값에 밀려오면 축산 농가는 끝이다!”라는 말로 한발 앞서 나가며 “국내 축산업은 포기할건가”라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구제역이 한 해에 두 번씩이나 발생해 큰 좌절감을 겪고 있는 농가의 아픔에 공감하며 “청정 국가 때문에 23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수출 안 해도 좋으니까 농장 동물 대학살을 막고 축산 농가도 살리라”며 백신 접종을 환영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진작 백신을 접종했더라면 구제역에 걸리지도 않고 수많은 가축들을 살처분으로 잃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살처분한 가축에 대해 시세 보상을 해준다지만, 그 돈으로 비용처리를 하고 나면 새로 가축을 길러 수입이 나올 때까지 생계가 막연하다”고 한숨짓는 농민의 글도 잇따랐다.

특히 동물보호 단체들은 “살처분 매장 과정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가축들은 양성 판정을 받기도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 되기도 하고, 가축을 산 채로 묻는 불법 생매장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누리꾼들도 “생매장 하지 말고 최소한 전기나 화학적으로 안락사 시키고 묻어라” “대한민국은 생명 존중을 전혀 모르는 미개 후진국이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무조건 생매장 시키는 게 능사더냐? 사람이 정말 무섭다”라고도 했다.

“생매장에 따른 2차, 3차 환경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구제역이 발생하면 500m 지역은 물론 3㎞ 범위까지 모든 소, 돼지를 살처분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에서는 구제역 발생 농가의 동물만 살처분할 뿐 500m 내의 동물에는 이동금지, 진단강화, 방역강화 등의 조치만 내린다”는 환경단체들 주장에 뒤를 이어 “비닐은 어떻게 할 거고? 저 주변 땅은 안 썩나?” “구제역 발생했다고 소, 돼지 그냥 파묻으면 그 병균이 죽나? 소, 돼지만 죽지”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 간에 “예방접종 가축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일부 예방접종 가축이 전염원(carrier) 역할을 하며 다른 가축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음” 등 구제역에 관한 각종 설이 난무하자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구제역 백신은 불활화 백신으로 백신을 접종한 후 몸 안에 바이러스가 잔존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울러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섭씨 76도에서 7초간 열을 가하면 사멸됩니다.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우리 축산농가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라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누리꾼 중에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외지인들이 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관광지 방문한다고 몇 천 명씩 오신 분들 분명히 구제역 균 옮겨갔을 테고” 등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들을 올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의 亡牛補牢(망우보뢰)”나 “죽은 뒤에 처방전을 쓴다는 뜻의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 등의 한자어를 써서 초기 대응이 늦어진 바람에 구제역이 전국으로까지 확산된 데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을 꼬집는 이도 있었다.

이번 호를 끝으로 ‘클릭 인터넷’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수고해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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