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당한 여고생 스토리 ‘스피크’에 미주리 주립대 교수 ‘금서 지정’ 주장

 

‘스피크’는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트와일라잇’으로 후에 유명해진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은 ‘스피크’의 한 장면.
‘스피크’는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트와일라잇’으로 후에 유명해진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은 ‘스피크’의 한 장면.
미국에서 청소년 소설 금서 논쟁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대학교수가 고등학생들의 데이트 강간을 다룬 청소년 소설을 금서로 규정하자는 주장을 펴자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금서 논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고 트위터상에서는 검열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일어나고 있으며 출판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청소년 독자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여성언론 ‘위민스 이뉴스’(Women′s eNews)가 이번 금서 논쟁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신성모독·과다 성적 묘사·음주파티 소설들에도 경고장

 

금서 논쟁에 휩싸인 소설 ‘스피크’.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금서 논쟁에 휩싸인 소설 ‘스피크’.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로리 할스 앤더슨의 1999년작 ‘스피크’(Speak). 미주리 주립대학의 경영학과 교수이자 근본주의 기독교 신자인 웨슬리 스크로긴스는 지난 6월 미주리 주 공립학교 게시판과 9월 18일자 신문 칼럼을 통해 “청소년 소설 ‘스피크’의 강간 장면이 ‘소프트 포르노그라피’로 분류돼야 할 만큼 선정적이며 미주리주 리퍼블릭 지역의 공립학교 영어 수업 교재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스피크’는 고등학생들의 파티에서 강간을 당한 후 스스로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청소년들의 성 문화와 학교 내 성폭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출간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권위 있는 청소년 문학상인 ‘프린츠상’을 수상하고 ‘내셔널 북 어워드’ 청소년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되는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다.

스크로긴스 교수는 ‘스피크’ 외에도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Slaughterhouse Five, 1969)은 신성모독적인 언어와 고등학생들의 성 묘사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새라 오클러의 ‘20명 소년과의 여름’(Twenty Boy Summer, 2009)은 술에 취한 10대의 파티를 미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했다.

문학인들 “청소년기 트라우마 치유해준다” 반박

반면 작가들과 청소년 문학 전문가들은 이런 소설들의 순기능을 지적했다.

‘스피크’의 작가 앤더슨은 ‘뉴스 리더’와 인터뷰에서 “이 책이 출간된 후 수천 명의 독자들로부터 이 책이 자신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고통스런 비밀들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감사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청소년 소설 ‘나이트셰이드’(Nightshade)의 작가 안드레아 크레머는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청소년들도 어른들과 똑같은 잔인한 세상에서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런 소설들은 이미 마약이나 폭력, 자살 등 트라우마의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위안과 치료를 주고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소설 속 강간 장면 묘사와 포르노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설 ‘개똥지빠귀’(The Mockingbirds)의 작가 데이지 휘트니는 “어떤 방법으로든 강간이 섹스와 동일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강간·학대·근친상간 전국 네트워크’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6명 중 1명의 여성이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으며, 특히 16세에서 19세 사이의 소녀들은 성폭력 피해 대상이 될 확률이 성인의 4배나 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청소년도서관서비스연합의 베스 요크 사무총장은 ‘위민스 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학교 교과과정이나 공공도서관에서 청소년 문학이 부당하게 제거된다면 청소년 독자들의 ‘수정 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1990년 이래 최소 10권의 책이 미주리 주의 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사라졌다.

 

‘호밀밭의 파수꾼’도 금서냐 검열 반대운동으로 번져

청소년 소설에 대한 금서 목록 지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미국 도서관 연합회는 각 도서관에 권장도서 목록을 발송하며 여기에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경험을 반영한 현실적인 현대문학’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기관들에 의해 추천된 책을 포함한 수백 권이 매년 학교와 지역 도서관으로부터 금서로 지정되거나 금서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1990년부터 2009년 사이 금서 논쟁에 휘말린 주요 이유는 ‘노골적인 성 묘사’로 총 3084건, 다음으로 폭력이 1258건에 이른다.

1868년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아씨들’로부터 시작해 청소년 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허클베리핀의 모험’ 같은 작품들도 처음 출간됐을 당시 금서 논쟁에 휘말렸던 작품들이다. 10대들의 생활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스크로긴스 교수가 일으킨 금서 지정 논쟁은 검열에 대항해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디애나 주의 영어교사인 폴 핸킨스는 트위터상에서 ‘SpeakLoudly’라는 이름의 토론 그룹을 시작했으며, 변호사 그룹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No More Banned Books’라는 이름으로 검열에 대한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핸킨스에 이어 교사, 사서, 학부모, 출판업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는 ‘SpeakLoudly.org’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오픈하고 공식적으로 검열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스크로긴스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미주리 주립대 학생들은 ‘검열과 스크로긴스의 관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