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구분 없이 똑같은 방식으로 키우면 되는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키워야 하는가? 1950년대에 유행했던 스포크 박사의 아동 양육법에는 딸과 아들에 대한 차별적 양육 지침 같은 것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 딸이건 아들이건 상관없이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아낌없이 혹은 가급적 허용적으로 베풀어 주라는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즉 남녀가 생물학적으로는 차별성을 갖지만, 사회적·심리적 요구와 반응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므로 딸·아들이라는 것에 크게 구애 받지 말고 똑같이 키우라는 것이 오히려 그의 책에 담긴 중심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우리나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딸과 아들에 대한 차별적 양육 방식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러나 딸과 아들은 서로 다른 지향성과 예민성 그리고 서로 다른 성장과 발달의 속도를 갖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양육철학과 방식으로 키워져야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 요즈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아들 양육방법’이 새로운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예 중 하나다.

소년과 소녀는 같은 이론과 원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성장과 발달의 경로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방식의 양육철학과 기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들 심리학(Raising Cain)이란 책을 쓴 댄 킨들론(D. Kindlon)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을 35년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소년들은 소녀들과는 전혀 다른 심리적 좌절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교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가정에서도 소년들은 여자아이들과는 엄청나게 다른 고통과 좌절을 겪는다. 이런 그들만의 고통을 이해해 주는 부모는 거의 없다.”

이런 킨들론의 이야기를 우리는 스쳐 듣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남자아이들의 비행률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학교폭력의 60% 이상이 남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교사나 부모에게 저항하고 대드는 아이들의 대다수는 남자아이들이다. 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과 이렇게 다른가?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 남자아이들이 일으켰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년과 소녀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소년과 소녀 간에 목소리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차이를 화음으로 이용하면 훨씬 더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차이를 잘 활용한 예가 소년소녀 혼성 합창단의 아름다운 노래가 아닌가.

남자와 여자아이의 행동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면 남자아이의 행동은 언제나 불량스러워 보일 뿐이다. 소년과 소녀 간 차이에 대한 객관적 이해는 아들 양육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연다. 아주 간단한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케이블인 뇌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의 굵기가 소년과 소녀 간에 크게 차이가 난다. 소녀의 뇌량이 훨씬 더 굵다. 이 뇌량 굵기의 차이가 어떤 남녀 차이를 만들어 낼까?

첫째로 소년과 소녀 간에 청력의 차이가 생겨난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에 비해 청각 자극에 훨씬 예민하다. 여자아이들은 소리를 들을 때 좌우 뇌 모두를 활용해서 듣지만,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한 쪽 뇌만을 사용해서 듣기 때문이다.

둘째로, 소년 소녀 간에 동시수행 능력의 차이가 난다. 여자아이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 할 수 있지만, 남자아이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셋째로, 감정 표현의 차이 능력이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섬세하며, 유능하게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소년 소녀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예컨대 소년들의 망막에는 M-세포가 많은 반면, 소녀들의 망막에는 P-세포가 많다. M-세포는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 방향, 속도에 민감하지만, P-세포는 색깔과 질감에 더 예민하다. 따라서 여자아이들은 화려한 색깔에 환호하지만, 남자아이들은 빠르고 변화무쌍한 액션에 더 환호한다. 남자아이들이 게임에 더 많이 몰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남녀 차이가 딸·아들에 대한 차별적 양육 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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