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동네 길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그저 동네 길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 최윤정
  • 승인 2010.12.17 11:20
  • 수정 2010-12-1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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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북악산 성곽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다. 걷기, 운동에 별다른 취미가 없던 내가 동네 산책이 주는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난 뒤로 집 주변의 좋은 길을 찾아 걷기를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드라마, 영화 보기처럼 눈으로 감상하고 비평하는 것이 취미인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제주올레’ ‘북한산 둘레길’은 한 번 큰마음을 먹고서야 가는 관광지이자 나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TV나 책 속에 나올 법한 화면이자 풍경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츰 나는 이 길을 통해 해방과 소통의 경험을 맛보기 시작했다.

부암동 동네 길을 걷다가 골목에서 발견한 ‘북악산 서울성곽 창의문 입구’ 표지판. 늦은 저녁 퇴근길에 저 멀리 북악산 허리춤에서 조명 빛을 비추던 바로 그 길이었다.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고 동네 산책 중에 우연히 찾아간 길이라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창의문 입구에 들어서니 계단이 가파르다. 과연 끝이 안 보이는 저기를 올라갈 수 있을까. 한 계단, 두 계단을 오르다보니 물병 하나 들고 가뿐히 오르는 어르신을 만난다.

조금 있다가는 도란도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 아주머니 두 분도 곁을 지나간다. 저기 숙정문에서 오는 길이란다. 동네 산책길로, 혹은 등산 코스에 이어서 이 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계단 오르는 데에만 급급하다.

어느덧 계단을 올라 중간 쉼터에 도착해서야 서울 한복판의 풍광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는지 청와대에서 기른다는 노루가 사람들이 익숙한지 쳐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다.

2007년 일반인들에게 전면 개방된 이곳은 사실 조선시대 태조4년 정도전이 수립한 것으로, 서울 중심부를 에워싸고 있는 문화재이기도 하다(사적 제10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암동길, 삼청공원 말바위 입구, 서울 성곽길의 모습.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free prescription cards cialis coupons and discounts coupon for cia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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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장(반원형으로 튀어나온 성곽), 곳곳에 조선시대 때 축조된 원형 그대로의 성곽, 성벽을 지을 당시의 날짜와 책임자 이름이 새겨진 각자(刻字), 일본이 지맥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던 촛대바위같이 우리나라 근현대사 유적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청와대 뒷산인 이곳은 옛날 1968년 북한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총격전이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수근이 총알 맞은 소나무를 찾는 미션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그 뒤로 한적하던 이 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삼청동쪽 말바위 안내소 입구는 주말이면 몇 시간을 줄서서 기다릴 정도다. 차라리 조금 가파르더라도 창의문 코스에서 올라가 백악마루 정상에서 서울시내 전체를 조망하고 말바위 안내소-숙정문 쪽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계단을 오르면서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서울 곳곳의 풍경과 함께 나도 여유로워진다. 경복궁과 광화문 한복판이 들어오는 서울 전경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된 듯 아름답다. 도심에서 받던 스트레스를 도심의 풍경이 날려준 셈이다.

그저 동네 길에서 몇 계단을 걸어 올라왔을 뿐인데,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채 쉴 틈 없이 살았던 나에게는 이 길이 선물같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래서 이 길을 걷는 걸까? 성곽길에서 여자들을 유독 많이 만났던 것은 이 때문일까?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총 길이 18.2㎞로 이어진 이 길을, 다음에는 엄마, 친구와 함께 걷자고 다짐을 하며 내려온다.

길은 끝났다. 그러나 새로운 길이 보인다. 창의문으로 다시 나와 보니, 윤동주 시인의 언덕길이 눈에 들어온다. 저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다음에는 저 길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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