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현실도피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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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진 / 기자
  • 승인 2010.12.17 11:15
  • 수정 2010-12-17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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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해외 작가들의 작품 발표회가 열린 서울 독산동 소재 금천예술공장을 찾았다.

금천예술공장은 9월부터 해외 작가 교환 프로그램으로 국제 입주 공모를 통해 선발된 4개국 해외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왔으며, 이 날은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 중에서 ‘한국의 노래방’을 소재로 작품화한 미디어 아티스트 나타샤 파가넬리(Natacha Paganelli·39·프랑스·사진)를 만났다.

대학에서 혼합매체(mixed media)를 전공한 그는 평소 정치와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회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보다는 세르비아, 레바논, 시리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을 여행하며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이슈를 작품의 주요 주제로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60년 전 전쟁을 겪은 한국에 대한 관심은 ‘사랑의 노래방(Love Karaoke)’과 ‘추락(the fall)’을 탄생시켰다.

‘사랑의 노래방’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노래할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크기의 설치작품. 온통 붉은빛에 물든 에로틱한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작품 안으로 들어간 나타샤는 한글 자막과 영어로 표기한 한국어 발음을 눈으로 쫓으며 한국 노래 ‘사노라면’을 불렀다.

노래가사와 겹쳐 나오는 영상은 나타샤가 올해 5월 한국을 찾은 이후 제주, 서울 등을 여행하며 영상으로 기록해 둔 것. 그는 경치가 나오다가 갑자기 레이싱 경기 장면이 나오는 조악한 노래방 편집 영상을 본따 만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작품 ‘추락’은 2층 높이에서 두 개의 천이 길게 늘어져 있고 그 위로 추락하는 모습을 이미지화한 영상을 비추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자살’을 형상화한 작품. 그는 자살을 노래방과 같이 “정신적인 부담을 해소하려는 현실도피적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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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파가넬리 작 ‘사랑의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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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는 “평소 내성적으로 보이던 사람들이 노래방에 들어가 꾹꾹 눌러놓은 에너지를 분출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며 “키스방, 찜질방, 노래방 등 방문화는 ‘자유(freedom)’로 표현될 수 있으며, 한국인들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통로(공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치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 사람들은 그만큼 노래 연습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대중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관객들이 무엇에 주목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둔다는 그는 관객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작품을 구상하며, 작품이라는 가상공간에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사진, 동영상 등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프랑스 농촌지역과 한국의 시장이나 먹는 문화가 비슷하다는 그는 내년 자신이 살고 있는 아사스라는 작은 지방에서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속 한국 문화, 한국 사람 혹은 한국 속 프랑스 문화, 프랑스인으로 맞바꾸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이제부터가 작품 활동의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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