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은 남자들만 하는 줄 알았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어디까지나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해서 언제나 남자들은 가해자고 여자들은 피해자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여자도 성희롱을 한다. 상대가 남자일 때도 있고, 또 동성인 경우도 있다. 이성한테 당하는 것 못지않게 동성에게 당하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상처는 참으로 오래 간다. 특히 장유유서의 관습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손아래 동성한테 당하는 성적 모멸감은 이중으로 고통스럽다.

얼마 전 이웃 동네에서 작품 발표회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그간의 기량을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연말이라 각종 송년회로 바쁜 사람들이 모처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흥겨운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야말로 저급한 여성 사회자의 말에 그만 기겁했다.

“마음에 드는 아이 있으면 고르세요! 드릴게요~!!”

3~6살 여자아이들이 깜찍하게 차려입고 발레를 하기 위해 무대에 섰는데 사회자가 내던진 말이다. 7명의 여자아이들이 순식간에 상품으로 전락해 이상한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서버린 것 같은 분위기로 변질됐다.

“엄마 안 닮았네요. 아빠도 안 닮고, 앞집 아저씨 닮았네!”

발레 공연이 끝나고 나자 한 여자아이에게 말을 시키며 이어서 한 말이다. 엄마 어디 있느냐고 손들라고 하고, 아빠도 손들라고 한 것은 단순히 ‘앞집 아저씨 닮았다’는 성적인 농담을 하기 위해 멀쩡한 엄마 아빠를 불러댄 것인가. 동네 사람들이 300~400명이나 있는 데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아이를 가리키며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인격 훼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혼자 낄낄 웃었다. 난생 처음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애쓴 아이들과 부모들에 대한 노고와 설렘을 이런 천박한 말로 싸잡아버리다니. 마치 내가 부모가 된 기분이어서 매우 불쾌했다. 아이가 없는 내가 이 정도로 느끼니 정작 아이의 부모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밖에도 에어로빅댄스로 나온 여자들을 일러 ‘시집 안 간 처녀들’ 운운하며 이상한 분위기로 사회를 보았다. 작품 발표회장에서 에어로빅댄스를 감상하는데 ‘남자분들’이나 ‘아버님들’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회를 보는 여성이 무슨 뚜쟁이나 ‘삐끼’로 보인 것은 나 혼자만의 과민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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