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미국에서 상담학(counseling)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영어로 그 어려운 강의를 듣느라고 상담학을 좋아하면서도 상담학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 그러나 1974년에 귀국해서 25년간은 대학 교수로, 7년간은 국가기관의 장으로 있으면서 나는 항상 “상담학은 본질적으로 삶을 사랑하는 학문이며 상담의 과정은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旅程)이며 상담의 목표는 자신의 잠재 능력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건강한 인간 본성의 구축에 있다”는 상담학 본래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음미하면서 나의 전공 분야인 상담학을 사랑하고 자랑하면서 살고 있다.

자신이 소망하고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여대생들과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자기다운 삶이 인정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나는 상담학은 눈앞에 보이는 문제나 증상의 해결이나 제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긍정적인 핵심을 탐색하고 격려해 가는 과정의 학문임을 절감했다. 따라서 상담학은 인간을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상담학의 기본 입장을 키워오고 있다.

2005년 정년퇴임 후에 스탠퍼드대 교수이며 정신과 의사인 어빈 얄롬 박사가 치료 사례를 소설로 쓴 책들을 번역하면서 나는 문학과 철학 등의 인문학이 인간 본성의 핵심을 탐색하는 상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확신하게 됐다.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문학에 대한 아련한 꿈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나는 오래 전부터 문학의 본성이 상담학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서로 상통한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문학의 본질은 인간 존재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고뇌하고 좌절하고 도전하면서 성장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상담학은 삶에서 부딪치게 되는 온갖 갈등 상황을 인식하고 극복하면서 인간 본성의 핵심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상담은 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학 활동의 기본인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를 상담 과정에서 활용하면 문학 상담의 한 분야가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2009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나의 이런 생각을 받아들여서 ‘상담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두 학기 강의를 개설해 주었다. 그 강의 시간에 나는 상담의 이론과 실제를 개괄적으로 섭렵하고, 이미 선택한 문학작품의 내용과 등장인물의 상황을 수강생들과 함께 분석하고 그것을 상담학적으로 접근했다. 마지막으로 수강생 각자가 그 문제들을 내면화해서 글로 써보라고 했다. 수강생들은 이런 문학 활동의 기본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본성을 개관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자신의 글로 써보는 활동은 그 자체로 성장과 치유의 힘이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적으로 개입되어서 자신을 성찰해가는 문학 활동 과정에서 얻는 상담의 효과는 이미 알려진 독서치료나 이야기 치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실험적 결과를 토대로 2010년 3월 개교와 더불어 우리 학교에서는 문학과 상담을 공통 필수과목으로 하고 내년부터는 문학상담을 세부 전공분야로 정했으며 같은 논리로 철학과 상담을 공통 필수과목으로, 철학상담을 세부 전공분야로 정하고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정교한 연구를 해나간다면 문학상담이나 철학상담이 상담학의 근본 뜻을 고취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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