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돌봄노동자 보호법안 통과에 팔 걷어붙였다
여성계, 돌봄노동자 보호법안 통과에 팔 걷어붙였다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2.03 11:16
  • 수정 2010-12-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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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비공식 계약이라도 ‘직업’ 인정받아야”

#1. 간병인으로 일하는 김혜연(45)씨는 목욕탕에서 환자를 목욕시키다가 바닥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었다. 김씨는 “집주인이 ‘간병인 잘못 아니냐’며 치료비를 대줄 수 없다고 한다”며 “당장 일을 안 하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 아이들 학원비 낼 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 가사도우미로 3년째 일해온 황미순(51)씨는 강남의 한 가정에 취직돼 일주일에 3번 빨래와 청소를 해준다. 정작 큰 고민은 이달 초 생겼다. 초등학교 교사인 집주인이 “방학 중엔 나오지 말라”고 통보한 것이다. 황씨는 “가사도우미는 직업 아니냐”며 “두 달 쉬었다가 나오라면 우린 어떻게 생활하느냐”고 되물었다.

여성계가 돌봄노동자들이 겪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가사사업단 우렁각시, 한국YMCA전국연맹,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15개 여성·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는 “돌봄노동자 보호법안이 이달 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채택돼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9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보험료 징수에 관한 법 등 4개 법안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간병인,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산후도우미 등 민간 돌봄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20만여 명의 돌봄노동자들에게 고용·산재보험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법안에는 서비스별로 기준 보수액을 정해 개인이 선택한 후 보험료를 내게 하고, 고용보험 사업주분 보험료는 국가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험 취득·상실 신고는 노동부 고용지원센터가 맡게 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연대에 따르면 공공·민간 돌봄노동자 중 95% 이상이 여성이다. 경제활동 욕구가 커지고 고령화 사회, 핵가족화 등으로 돌봄 일자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우렁각시 최영미 대표는 “돌봄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가 어려워지고, 노동 강도가 심해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개인과 개인의 비공식 계약으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데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보험에도 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은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가 전 세계적으로 8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를 일반 노동자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사노동협약 초안을 만들어 내년에 협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돌봄노동자 보호법안이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이는 단초가 되길 기대했다. 최 대표는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파트타임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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