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트레스에 우울증 앓기도

 

여성들에게 육아휴직이나 산전후휴가 등 모성권을 보호하는 일터는 10곳 중 2곳에 불과하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여성들에게 육아휴직이나 산전후휴가 등 모성권을 보호하는 일터는 10곳 중 2곳에 불과하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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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한 곳은 여자가 70% 이상이에요. 그런데 이사 이상은 다 남자예요. 그 분 라인을 잘 타면 승진이 돼요. 그런데 여자 직원들은 그냥 직원으로 봐요. 아예 라인에 끼우질 않아요.”(교육서비스업과 학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27세)

“공직, 그거 정말로 괜찮아요. 일단 정년이 있는 직업이고. 또 연금이 나오죠. 하는 일은 별로 상관없어요. ‘공무원이 된다’는 것에 초점을 둔 거지,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한다’에 초점을 둔 게 아니잖아요.”(5급 공무원 시험을 3년간 준비한 B씨·28세)

아르바이트생 중 19.3% “최저임금도 못 받아요”

‘스펙 6종의 잉여세대’. 20대 여성들이 토익, 자격증, 인턴경력, 봉사활동, 어학연수에 성형까지 추가해야 겨우 취업이 되는 세태를 자조해 일컫는 말이다. 불안의 시대, 여성들은 취업 스트레스를 겪다 우울증에 빠진다. 공직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여성들이 ‘공시족’이 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일까.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한국여성재단 후원으로 11월 30일 서울 서교동 ‘공간 여성과 일’에서 연 토론회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렛 미 인(Let me in!)’에선 청년 여성층의 노동과 삶에 대한 밀착 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노동자회가 만18∼33세 대학생과 대학원생, 구직자, 취업자 등 1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과 구직자의 19.3%가 최저임금(4110원)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27.1%)과 달리 비수도권은 47.8%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었다.

특히 청년층 여성 4명 중 1명은 이미 빚을 안고 생활하고 있었다. 500만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여성도 절반이 훨씬 넘었다(59.2%). 빚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한 경우 34.2%가 생계비 때문인 반면 1000만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경우 66.7%가 등록금이 원인이었다.

구직자들의 아르바이트는 주로 생계형이었다. 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신분으로 취업 준비와 생활비 마련이라는 이중의 짐을 안고 있었다. 구직자들의 취업 스트레스는 49.1%가 ‘강하다’고 답한 반면 ‘약하다’는 7.4%밖에 되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고 ‘불면증’ ‘식욕 부진·폭식’ ‘대인기피’를 겪는 여성들도 많았다.

특히 취업 과정에서 구직자의 23.1%, 취업자의 12.3%는 성차별을 겪었다. ‘면접 과정에서 연애, 결혼, 출산 계획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남자만 채용한다는 이유로 이력서조차 내지 못했다’ ‘면접 과정에서 남성을 우대하는 분위기’ 순이었다.

구직자의 절반은 연 2100만원 이하를 첫 직장의 적정 초봉으로 꼽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취업자의 절반 이상(53.3%)이 월평균 임금이 150만원 미만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청년층 여성 10명 중 6명만  결혼·출산 모두 하겠다”

여성들은 일터에서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등 모성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육아휴직은 24.4%, 산전후휴가는 23.9%만 보장받고 있었다. 특히 비정규직은 육아휴직과 산전후휴가에서 11%만 보장받는다고 답했다.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10명 중 6명만이 결혼과 출산을 모두 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정문자 한국노동자회 대표는 “조사 결과 학생들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실행 및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보완을, 구직자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비정규직-정규직 간 격차 및 차별 해소를, 취업자는 취업한 여성이 믿을 수 있는 보육시설 제공을 각각 1위로 꼽았다”고 밝혔다.

이날 20대 여성 8명을 심층 면접한 보고서 ‘20대 여성들의 노동 표류기’를 발표한 여성학 연구자 여명희씨는 “여성 동료는 많으나 여성 상사는 없는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여성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성과 동일하게 진입했으나 살아남은 여성이 크게 적은 현실 속에서 여성은 ‘공시족’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남성 상사들은 잘해주기만 할 뿐, 여성들을 키우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씨는 “여성 노동자는 동료도, 후배도 아닌 여성이라는 인식이 강해 따끔한 충고나 질타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대 여성들은 결혼을 노동의 해방구로 여기지 않았다. 결혼으로 일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성취와 존중감을 주는 노동을 위해 기꺼이 수고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나의 꿈이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한 여성의 말에 이들의 심정이 응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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