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살아본 이들, 혹은 엄마로 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영화가 나왔다. 영화 ‘아이들’은 ‘세상에는 나 같은 엄마도 있다’는 것을 쑥스럽게 고백하는 류미례(39·사진) 감독의 13년간의 육아일기이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장편경쟁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영화는 류 감독이 자신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자신의 삶을 주무대로 12년간의 삶을 담은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그는 “누군가는 ‘혼자만 아이 키우냐’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소소한 일상”이라고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며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공동체 ‘푸른영상’에서 활동하면서 영화 연출을 시작한 류 감독은 이후 지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행복하다’ ‘친구’(나는 행복하다2)를 연출한다. 결혼 이후에는 출산과 양육 때문에 경력단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보육환경에 대한 영상물을 의뢰 받으면서 수년 만에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을 찍으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감독 자신의 출산과 양육의 경험은 영화의 소재와 주제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여성의 삶’에 주목하게 된 것. 그는 친정엄마와 자신, 그리고 딸의 모녀 3대에 대해 성찰한 ‘엄마…’로 2004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첫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아 나도 이랬는데’라며 자신의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며 “이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을 알고 후속 격인 ‘아이들’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한때는 아이들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고백한 류 감독. 그러나 그는 사실 이 아이들 덕에 ‘여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된 것이다.
모든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은 ‘아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는 한 개인이 엄마가 되는 사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육아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회적 영역으로까지 이야기를 확장한다. 촬영의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그 자체로 일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류 감독 본인의 삶에서부터 우러나는 진솔한 고민들은 영화를 보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