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돕는 일’ 아닌 ‘내 일’”
“육아는 ‘돕는 일’ 아닌 ‘내 일’”
  • 조혜영 / 기자
  • 승인 2010.12.03 10:48
  • 수정 2010-12-03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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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은 중년 남자가 아기띠를 하고 돌쟁이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탄다.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꽂힌다. 아기를 안은 남자의 가슴팍으로,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남자는 쑥스럽고 어색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른다.  

“처음에 딸아이를 업고 외출했을 때 그랬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육아를 하겠다고 하는 것을 머리로만 생각하고 온전히 마음에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던 거죠.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18개월 된 딸 서령이의 육아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박찬희(41·사진)씨의 말이다.

박씨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했다. 전공을 살려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오랫동안 일해 왔다. 또 답사여행, 자연학교 등에서 자연탐방 여행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해왔다. 3년 전 한살림 서울생협에서 일하는 이승언(38)씨와 결혼을 하고 마흔이 되던 지난해 여름 첫딸 서령이를 얻었다. 서령이가 돌이 좀 지날 무렵까지 아내가 키우다 이씨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할 시점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박씨가 아이를 위해 석달 전 퇴직할 것을 결심했다.

“마침 서령이를 돌봐주시기로 한 할머니도 사정이 생겨서 안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다시 구하느니 제가 당분간 아이를 보면서 책을 쓸 준비를 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보기 시작하니 책을 쓸 준비는 엄두도 못 내겠던 걸요(웃음).” 언젠가는 아이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화재 관련 책을 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딸 서령이가 태어난 후 결단을 내린 것이다. 회사까지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고 있는 아들을 박씨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하신단다. 옆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 이씨는 “시부모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한다”는 말을 하며 아빠의 육아에 주변 사람들이 격려한다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오후시간쯤에는 정신이 멍해지고 아내가 조금 늦기라도 하는 날이면 괜히 잔소리도 한단다. 엄마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몸으로 느끼게 됐고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엄마하고 아빠하고 아이한테 집중하는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아이 업고 몰래몰래 TV도 보고 하는데 서령이 엄마는 그러지 않거든요. 서령이한테 시간부터 몸과 마음 전부를 내어주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돼요. 엄마들은 아이 돌보기부터 살림까지 전부 다 해내잖아요. 저는 아직까지도 집안 살림이나 육아를 ‘내 일’이 아닌 ‘돕는 일’로 선을 긋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요. 머릿속의 인식과 행동이 다른 거죠.”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서령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박씨. 기회가 된다면 다른 아빠들도 한두 달의 짧은 시간만이라도 전적으로 육아 경험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단다. 아이를 통해 자신을 돌보게 되고 결국 자신의 성장을 돕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단다.

※다음호부터 ‘마흔하나 초보 아빠의 육아일기’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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