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도 자식처럼 잠시 내 곁에 머물다 가는 것”
“작품도 자식처럼 잠시 내 곁에 머물다 가는 것”
  • 조혜영 / 기자
  • 승인 2010.12.03 10:47
  • 수정 2010-12-0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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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이나 은사님 표현이 저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구상미술에서 추상미술로 넘어가는 교과서적인 작가래요.” 명료한 구성, 뚜렷한 색채 표현으로 유명한 김두례(52·사진) 화백을 그녀의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만났다. 김 화백은 1979년 조선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해 수십 차례의 개인전을 연 중견 작가다. 

미술평론가 오광수(72)는 김 화백을 “색채가 만드는 조형의 아우라를 감동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화면은 색채의 일정한 자율의 형식으로 조용하게 번져나가는 여운을 준다.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 이처럼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경우도 흔치 않을 듯하다”고 평한다.

큰 키에 자연스럽게 올린 머리,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 거침없는 스타일, 그러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큰 눈을 갖고 있는 수줍은 소녀 같은 김 화백. 마치 작품 속 여인이 걸어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작품 속 여인이 당신과 많이 닮아 있다.

“작품 활동 초기에는 주로 누드를 그렸어요. 아버지의 작품과 차별화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였죠.(올해 84세인 구상화의 대가 김영태 화백이 그의 아버지다) 다섯 번의 개인전까지 누드화를 전시하고 그 이후부터 누드 여인에게 옷을 입혔어요. 그랬더니 그때부터 작품이 좀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제 작품의 여인 누드는 정지된 포즈가 없고 모두 강하고 역동적이에요. 또 정해진 크기의 화폭이 좁아서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모습들이죠. 그렇게 여자들이 좀 더 당당하고 멋있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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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뉴욕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공부하고 돌아온 후부터 인물에서 풍경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 작품의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

“점점 단순화되기 시작하는 거죠. 무엇을 규정짓지 않는 겁니다. 색으로만 표현돼 있지만 그 속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들판도 있어요.”

- 명쾌한 붉은 색을 중심으로 함축적인 묘사를 통해 풍경을 형상화하는 작품의 화두는 무엇인가.

“자연이에요. 제가 표현하는 붉은색은 해남의 황토색을 아우르고 화면을 분할하는 작은 면들은 우리 보자기, 조각보가 모티프예요. 몬드리안의 조형을 우리 전통 속에서 찾을 수가 있는 거죠.”

- 김 화백이 생각하는 좋은 그림은 무엇인가.

“아버지가 그러셨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첫째는 자기 마음에 드는 그림이고, 둘째는 거꾸로 봐도 좋은 그림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제 작품은 앞뒤좌우가 없어요. 작업을 할 때도 프레임 사방에 못을 걸어놓고 화폭을 돌려가면서 작업을 해요. 500호 정도의 큰 작품은 두 개의 작품을 따로 작업해서 이어 붙이기도 합니다.”

- 2008년에는 사랑의 나눔 미술품 경매 자선행사에 참여하는 등 좋은 일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림은 좋은 곳에 걸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이 창고에 쟁여 있으면 숨도 못 쉬고 폐품과 같아져요. 나는 전시회가 끝나고 나면 작품을 다시 집으로 갖고 돌아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팔리거나 누구에게 주거나 하죠. 이 세상에 ‘내 것’은 없어요. 작품도 자식처럼 잠시 내 곁에 머물렀다 가는 거죠. 그래서 지난 전시회가 끝난 후에는 남은 그림들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어요.”

-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결국에는 빨간 바탕에 파란 줄 하나만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렇게 더 단순해지고 비워졌으면 좋겠어요.” 

김두례 화백 초대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매장(30일까지)과 롯데 에비뉴엘 갤러리(14일까지)에서 열린다. ‘풍경의 몸짓’을 주제로 한 작품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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