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초등부 최우수상|나고은(본촌초 5)

저의 아빠는 교도관입니다.

우리 반 친구들 중에는 교도관이 무슨 직업인지조차 모르는 친구들도 많답니다. 하긴 딸인 저도 아빠가 하시는 일에 대해서 알게 된 지가 얼마 안 되었거든요.

아빠가 부끄러운 건 아니었지만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가끔 남자친구들이 놀리곤 하면 우리아빠 경찰이니깐 조심해 하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그땐 괜히 경찰이라 하면 친구들이 무서워할 것 같고 또 나쁜 사람들을 잡고 폼나고 멋져 보여서 어린 마음에 거짓말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아빠 직업에 대해 물어보면 응 경찰 비슷한 공무원이야 하고 얼버무리곤 했습니다.

다른 애들은 가끔 아빠 회사에 놀러간 자랑도 하지만 저는 회사는커녕 출근하고 나면 전화 한 통, 문자 한 번 답장 안 해주는 아빠가 밉기까지 했답니다.

그런데 작년 겨울 어느 날,  아빠가 일찍 집에 오시더니 “우리 딸 항상 아빠 회사 한번 구경하고 싶다고 했지? 오늘 TV에 아빠 회사가 나오니깐 함께 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EBS에서 방송한 ‘극한 직업 교도관’ 편이었습니다.

극한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던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열쇠로 출입문을 꽁꽁 잠근 아빠 회사는 음~ 회사라기보다는 우리와는 다른 울타리 속 답답한 세상, 핸드폰도, 담배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걸 보고서야 답장 한 번 없는, 아니 답장 못 하는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경찰아저씨들이 잡은 나쁜 사람들을 감옥이라는 곳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빠가 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춥고 긴 겨울 밤 내내 복도를 오가면서 끊임없이 상태를 파악하고 이불을 가져다주고 잠든 모습까지 꼼꼼히 살피고 또 이가 아프고 배탈 같은 작은 문제부터 어려운 재판에 대한 조언까지, 교도관 아저씨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 없는 박사님들이었습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잘해줘?”

내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중요하지 않단다. 고은아, 불우이웃 알지? 저 사람들도 불우이웃이라고 생각하면 돼. 관심을 갖고 사랑을 주면 다시는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거니깐. 그래서….”

“어머! 어떡해, 어떡해!” 엄마의 깜짝 놀란 소리에 아빠가 하던 말씀을 멈췄습니다. 그때 화면에  어떤 교도관 아저씨가 맞아서 쓰러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아빠도 말이 없었습니다.

“근데 아빠는 저 아저씨들이 무섭지 않아?”

“가끔은 저렇게 직원들한테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도 있지만 정을 모르고 사랑을 받지 못해서인 것 같아. 그래서 더 정성을 쏟는 거란다.”

“고은아, 아빠 책장 둘째 서랍 속에 있는 카드랑 편지봉투들 가져다 줄래?”

“뭐하게? 알았어.”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아빠 서랍 속에 있는 백장도 더 될 것 같은 편지봉투랑 카드 묶음을 안고 나왔습니다.

“이거 다 아빠한테 온 거야? 누가 보낸 거야?”

“응, 아빠가 가르쳤던 학생들한테 받은 편지들이야.”(아빠는 목포교도소에서 6년 동안 죄수들한테 중국어를 가르쳤음) 한글로 된 편지들도 있고 중국어로 써진 편지들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빠가 그 편지 속에서 한 장을 꺼내서 중국어로 막 읽더니 아빠가 가르쳤던 학생인데 중국어 자격증도 따고 취직까지 해서 이렇게 기쁜 소식을 보내온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편지를 볼 때면 아빠는 정말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단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우리 아빠가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을 하는지 자랑하고 다니던 저한테 더 큰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2010년 5월 13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아빠가 법무부장관님한테서 직접 솔선수범하는 모범 공무원들한테만 주는 교정 교화상을 받았습니다.

나쁜 사람 잡는 경찰 못지않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사랑을 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우리 아빠가 정말 정말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간 아빠에게 답장 없는 문자를 보냅니다.

“아빠! 오늘도 힘내시고, 아빠 곁에는 항상 응원하는 딸이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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