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남긴 숙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남긴 숙제
  • 김현경 / MBC 북한전문기자
  • 승인 2010.12.03 10:21
  • 수정 2010-12-0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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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북한이 퍼부운 포탄은 연평도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대한민국 영토, 군 기지는 물론 민간인 거주 지역에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 초유의 사태, 이는 북한이 저질러온 각종 납치, 테러, 게릴라 침투, 핵실험 등 무력시위를 뛰어넘었다.

이후 북한의 반응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했다. 북한은 연평도 공격이 응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사령부와 외무성 등의 북한 반응은 매우 호전적이었고 억지 주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일관됐다. 한반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의 적대관계 종식, 즉 정전체제를 새로운 평화 보장체제로 대체함으로써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더 노골적으로 북한의 속내를 대변했다.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미국-중국 간에 새로운 논의가 시작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정전협정 체결국, 즉 한국을 제외한 북한-미국-중국의 평화보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미국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과시한 직후 벌인 도발이 김정일 생전, 김정은 체제 출범 이전에 미국을 평화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극약처방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다. 기대를 걸었던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2년간 한국 정부와 함께 ‘전략적 인내’, 즉 대북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중간선거에서도 완패하자 초조해진 북한은 ‘계속 내버려두기에 한반도 문제는 너무 위험하고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 같다.

연평도 도발의 목적이 대미 ‘충격요법’이라면 북한은 일단 성공했다. 새벽잠을 깬 오바마 대통령이 격노했고, 즉각 대북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미국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보다 북한 문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중국의 외교 책임자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즉각 한국에 뛰어와 협상을 요구했다. 세계의 주목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위협을 과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북한은 승리의 환호성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중국 매체의 지적처럼 “목이 마르다고 독배를 마신” 것이다. 당장 웬만한 국가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능가하는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들어왔고, 북한 전역과 중국의 일부 지역을 샅샅이 훑을 수 있는 고성능 정찰기 조인트 스타즈도 가동됐다. 해안포 등 북한의 공격시설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수단도 강화됐다.

무엇보다 북한이 잃은 큰 자산은 ‘협상에 대한 일말의 기대’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으로 스스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악의 축’임을 입증했다. 그나마 몇 남지 않았던 한국과 미국의 협상론자들의 신뢰마저 잃게 된 것이다. 지금의 대치국면이 협상국면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북한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게임을 해야 할 것이다. 핵협상이든 미사일 협상이든 보다 강력한 검증을 요구받을 것이고 훨씬 더 많은 대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정일의 리더십도 의문시된다. 북한 내부의 유화(경제우선) 세력과 강경(군부)세력 간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쏟아진다. 군부의 지지와 내부 결속을 위해 극약 처방을 택해야 할 만큼 김정은 후계체제가 취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북한의 위험성을 똑똑히 인식하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더불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서해는 이미 분쟁의 바다가 됐고 우리 군의 작전 반경은 위축됐다. 연평도는 주민이 떠난 군사요새가 됐으며 전쟁 뒤 60여 년을 서해 5도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북한의 일상적인 사격훈련 포성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북한 서해 도발이나 핵실험에도 한국 시장에 신뢰를 보내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이번에는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노골적으로 북한의 편을 드는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한·미 양국의 대북한 공조를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월 중공군의 한국전쟁 참전 60주년을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기념하며 북한과 함께 미국에 맞서 싸운 낡은 역사를 되살렸다. 우리가 한·미 동맹에만 매달리는 사이 중국은 어느새 북한의 ‘혈맹’이자 후견인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한반도 문제의 위험성과 복잡성을 부각시켰다. 분단 이후 줄곧 독재와 군사노선을 걸어온 북한은 현상 타개를 위한 모험주의에 익숙하다. 하지만 국제협력 속에서 눈부신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는 지킬 것도, 고려할 것도 훨씬 더 많고 복잡하다. 안보의 시작과 끝이 국방력이지만 총칼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님은 너무도 분명하다. 채찍과 당근, 응징과 협상 등 모든 수단을 적시에 사용하는 폭넓은 시각과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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