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지표면은 물과 땅이 잘 어우러져 지탱해 나간다. 그런데 지구의 물이 점차 말라가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는 곳이 증가되고, 때아닌 홍수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지구의 자연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이래저래 지구가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차 고갈돼 가고 있고 그래서 지구가 말라가고 있는 현실이다. 지표면의 건조 현상은 지구상 곳곳에서 불을 일으킨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까지 몇 주에 걸쳐 진행된 러시아 중서부를 덮친 불은 전 지구인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300억 평이 넘는 광대한 지역에 2만9500건의 산불로 러시아가 자랑하던 숲이 사라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속 자작나무 숲이 허망하게 불살라지는 사진을 보며 문학소녀들의 가녀린 가슴도 같이 불타는 듯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870년대 이후 130년 만에 35℃ 안팎을 넘나드는 폭염과 가뭄이 3개월 계속되더니 숲이 건조해지면서 산불로 이어졌고, 연일 40℃를 넘나드는 최고 폭염은 산불을 더욱 확장시키는 상승작용을 했다. 특히 이번 러시아의 화재는 ‘이탄’이 불타는 지표면의 불길이라 더 강도 높은 불이었다. 지하에 매몰된 수목질이 오랜 세월 지표에서 분해작용을 받아 생긴 이탄은 수분이 결여돼 바짝 마르면 자연 발화되고, 숯덩이같이 벌겋게 지표면을 달구게 된다.

호주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 또한 심각하다. 평균 1월 강수량이 48.1㎜인 빅토리아 지역에 내린 비가 1㎜의 강수량에 그쳤고, 기온은 44~47℃를 넘나드는 가운데 파란 하늘이 갑자기 화염에 휩싸여 마치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는 화재 현장 주민의 상황 묘사 표현이 이해된다.

호주에서 산불은 드물지 않은 자연재해였으나 심각한 참사를 겪게 된 이유는 이상 고온으로 인해 건조된 관목들이 모두 불쏘시개가 돼서 자주 일어나고, 이에 따라 그 심도가 커져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분이 많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군집된 지역이니 불길의 강도를 상상할 수 있겠다.

호주 북부 지역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 다윈 지역은 우기인 11~4월에 비가 내리긴 해도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번진다. 불과 물의 재해 속에서 지구상 생물체들의 살 길을 모색하는 작업에 모든 과학과 기술을 쏟아 부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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