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의식 없이 방만한 운영
공익의식 없이 방만한 운영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1.26 12:55
  • 수정 2010-11-26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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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 밤문화가 비리 불러” 비판도 … 비대위 쇄신안 발표
과장급 이상 83명 중 여성은 22명뿐 … “성평등 조직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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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asrai@womennews.co.kr)
경기지회는 지난해부터 허위문서를 만들어 공금 3324만원을 횡령하고 홍보대사를 일용직으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급여 999만원을 편법 집행했다. 서울지회는 2008년 회장 이·취임식 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여성 모델에게 사회를 맡기고 가수를 불러 축하공연을 했다. 여기에 든 총 비용은 373만원.

국내 유일의 법정 공동모금기관으로 국민 성금을 사실상 독점 관리해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보건복지부가 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회를 대상으로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예산집행 실태 등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예산집행부터 인사관리까지 총체적 비리가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모금회 직원들은 업무용 법인카드를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 노래방 등에서 제멋대로 긁었다. 이렇게 줄줄 샌 돈이 136회 2147만원이다. 2006년부터 182회의 워크숍을 가면서 스키장·래프팅·바다낚시 등의 비용으로 2879만원을 지출했다.

심지어 서울·부산 등 9개 지회는 워크숍을 구실로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을 드나들었다.

뿐만 아니다. 최근 3년간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이 평균 3%인데 중앙회 사무총장은 7.9%, 직원들은 9%나 월급을 올렸다. 그 결과 모금회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3100만 여원에 달한다.

총체적인 비리 난국에서 “쇄신안을 추진 중인 공동모금회가 이번 기회에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모금회 전 직원 292명 중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과장급 이상 간부(83명) 중 여성은 22명에 불과했다. 지난 11월 21일 전원 사퇴한 이사회 구성원 20명 중 여성은 6명. 이사회는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해 14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돼 있다. 회장과 감사는 모두 남성이었고 부회장단 3명 중 여성은 1명뿐이었다.

모금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인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는 “공동모금회는 전형적인 남성 중심 문화에 빠져 있었다”며 “고질화된 술문화나 밤문화로 인해 비리 파문에 휩싸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공동모금회가 과장급 이상 간부나 고위직 여성 비율을 늘리는 문제를 등한시했다”며 “여성들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자리에 더 많이 진출해 성평등하고 청렴한 조직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금회는 이번 사태 이후 성금 감소라는 호된 진통을 겪고 있다. 기부문화가 부정적으로 바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비대위원인 장명수 전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은 “소액 기부자들의 실망은 이해하지만 온정의 불씨가 사그라져선 안된다”며 “기부문화가 죽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잘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공동모금회 연간 모금액은 10년 사이 15배 이상 상승했다”며 “지원금을 받아온 복지기관들이 찬서리를 맞지 않도록 기부 열정은 식지 않았으면 한다”고 염려했다.

즉시퇴출제·시민감시위 운영

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특히 “도덕적 해이는 용납할 수 없지만 정부 예산으로 유용되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민간 차원에서 모금·집행하기 위해 창립된 공동모금회 정신을 잊어선 안 된다”며 “이 같은 정체성을 살려 쇄신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금회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인적쇄신과 시민감시 기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했다. 정성진 비대위 위원장은 “단 한 번의 공금횡령, 금품·향응 수수 등 부정행위 적발 시 퇴출하는 ‘즉시 퇴출제(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환수 금액과는 별도로 해당 금액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부가하는 ‘징계부가금제’를 도입해 자정 능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모금회는 이와 함께 중앙회와 16개 시·도 지회에 시민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이버 신문고’를 운영키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문자와 e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피드백 서비스’를 도입하고, 유흥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클린카드’를 16개 지회로 전면 확대한다.

공동모금회의 몸부림이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걷어내고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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