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문화학회 학술대회서 중점 논의

얼마 전 발간된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란 책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우리의 삶을 더 많이 바꾸었다”는 도발적인 화두로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분석한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며 인문학 도서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매를 주춤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인문학 도서의 판매 신장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려는 우리들의 의지로 보여 반갑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지구 온난화,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 주말 서울 상명대 밀레니엄관에서 ‘한국 소비문화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한국소비문화학회의 추계학술발표대회는 우리 사회 소비문화의 현주소와 소비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작금의 현실에서 주목할 만하다.

1997년에 설립된 (사)한국소비문화학회는 소비자학과 마케팅, 관광소비문화, 패션소비문화 등이 연계된 다(多)학문분야 학회로 매년 2회의 학술발표대회를 개최하여 바람직한 소비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바람직한 소비문화 정착에 기여한 우수한 기업 및 기관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소비문화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 BLUmembers 서비스(신소비문화 부문), ㈜파크랜드(건전소비문화 부문), KBS 소비자고발(소비자권익보호 부문) 등 총 3개 기업과 기관이 대한민국소비문화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학회는 상명대가 주관하고 한국소비자원,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후원한 가운데 진행됐다.

먼저, 식약청 박혜경 영양정책관의 ‘이제 영양은 서비스다!’와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문화’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한국 소비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서 소비문화와 가치, 소비 트렌드, 소비자 행동,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소비문화 등 15개의 세션에서 이뤄진 총 46편의 논문 발표를 통해 우리 사회 소비문화의 현 주소와 소비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또한 ‘소비문화와 윤리’ 세션과 ‘나트륨! 왜 줄여야 하나?’의 특별 세션(식약청, 식품안전정보센터 후원)을 통해 특별히 삶에 대한 가치관의 정립과 식생활 습관·태도의 변화 등 바람직한 한국 소비문화의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장하준 교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하는 데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치 않다”고 하면서 “우리 모두 전문 지식 없이 온갖 종류의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경제에 관한 판단도 내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국 소비문화의 방향을 이끄는 것은 정부도 기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 각자가 지닌 권리를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데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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