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진실한 열망 담아
‘라이팅 클럽’ 강영숙/ 자음과 모음
글을 쓰는 것도, 책을 내는 것도 너무도 쉬워 보이는 세상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비롯한 각종 1인 미디어에는 ‘평범한 생활인’들의 글이 넘쳐난다. 소설가 강영숙의 신간 ‘라이팅 클럽’은 글쓰기에 미친 두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써야만 하는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파헤친다.
책은 만년 ‘작가 지망생’으로 등단도 하지 못했지만 동네에서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며 평생 글쓰기에만 매달려온 싱글맘 김 작가와 그의 딸의 이야기다. 김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만족과 행복을 느끼고 딸에게는 무심한 캐릭터다. 이런 엄마의 슬하에서 고독하게 자란 딸 영인은 엄마에 대한 반감에서 ‘진짜 작가가 되겠다’며 글쓰기를 시작한다.
“글짓기 교실 청소를 하다가 그 노트들을 들어본 나는 곧잘 ‘세상에, 이런 쓰레기들을 보았나!’라고 말하면서 내던져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런 쓰레기들은 계속해서 조금씩 더 자랐다.”(173쪽)
영인의 눈에 비친 ‘계동 라이팅클럽’의 글은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동네 아줌마들은 출판이나 등단이 목표가 아니다. 이들은 서로의 글을 읽어주고 조언해주고 칭찬해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만족을 느낀다. 이것이 이 글쓰기 교실의 존재 이유이자, 보통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인 것이다.
엄마에 대한 항의의 방식으로 엄마와 같은 삶을 택한 딸 영인은 사랑과 일에 실패하고, 생존 그 자체와 싸우는 과정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열의가 더욱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며 그는 점차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글쓰기라는 행위에 투사하는 다채로운 욕망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어떤 글쓰기 교재보다 흥미로운 이유다.
한편, 강영숙 작가는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첫 장편소설 ‘리나’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라이팅클럽’은 2010년 상반기 문화웹진 ‘나비’에 연재될 당시 누리꾼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