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친구가 아이 문제로 전화를 해왔다. “혜영아, 한나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해. 어떻게 하면 울리지 않고 보낼 수 있을까? 네 전공이 교육학이니 잘 알 거 아니야.” 이런 황당함이라니. 하지만 얼마나 답답했으면 내게 전화를 해서 이런 걸 물어봤을까? 그땐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친구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요즘 내게 전화하는 후배 엄마들의 마음도 헤아려진다.

“언니~ 아기가 하루 종일 젖을 달라는데 이렇게 먹여도 괜찮을까? 아기가 얼마나 먹성이 좋은지 몰라. 언니는 모유만 먹였어? 밤중 수유는 언제 끊었어?” “언니~ 서연이는 누가 봐줘? 아줌마 구했어? 난 다음 달 복직인데 정말 걱정이야” “우리 아들 페미니스트로 키울 건데 여자친구 생기면 아까워서 양보 못할 것 같아. 히히”

아기를 낳고 처음에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아이들은 이미 다 커버려서 누구하고 아이 키우는 얘길 나누나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배, 아는 동생들과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눈다. 이 친구들의 하나같은 걱정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키우는 것인지, 그리고 이 험한 세상에 우리 아이를 어떻게 내어놓을지가 고민이다. 나 또한 늘 그 생각을 머리에 이고 산다.

가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버려졌다거나, 컴퓨터 게임에 빠진 엄마가 방치해 아이가 죽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또 부모의 작은 실수로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하는 등의 얘기를 듣기도 한다. 물론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을 테고 운이 나빠서 그런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기는 어떻게 돌봐야 하고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워본 적이 없다.  얼마 전에는 친정엄마한테 “아이가 이렇게 예쁜데 왜 사람들은 아이를 더 낳아서 기르는 걸 하지 않으려고 할까?” 했더니 “사람을 키운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이지. 그래서겠지” 하시는 거다.

육아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임신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 아이를 먼저 낳아 길러본 친구들, 인터넷 관련 사이트 등을 뒤지면서 구전으로 전해 듣는다. 부지런한 엄마들은 육아 관련 강좌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모든 게 주먹구구식이다. 물론 아이 키우는 일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아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부모 되는 자신감이 있어야 아이를 낳아서 기르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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