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을 만나다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을 만나다
  • 심사위원장 이규희(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
  • 승인 2010.11.26 11:30
  • 수정 2010-11-26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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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글짓기
‘아버지’는 한 집안의 기둥이자 산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아버지들이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걸어가는 걸 자주 보게 된다. 때로는 무거운 등짐을 지고 뜨거운 사막을 터덕터덕 걸어가는 낙타처럼 마냥 고단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번 KT문화재단과 여성신문사가 주최한 ‘사랑합니다, 아버지’에 응모된 글을 보면서 내심 기뻤다. 1000여 편에 달하는 응모작 중 예심을 거쳐 올라온 138편의 작품 속에서 아직도 아버지가 가족에게, 특히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가를 볼 수 있어서였다.

응모자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농부이건, 교도관이건 그런 직업 따위엔 아무 상관없이 진솔하고 애틋하게 자신의 아버지를 자랑스레 그려냈다.

특히 대상으로 뽑힌 광주 제일고등학교 김영우 학생의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 간암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향한 글쓴이의 애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해온 아버지의 신산한 삶을 조금도 꾸밈없이 그려낸 점이 돋보였고,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고 있는 글쓴이의 모습이 대견스럽게 보인다. 

고등부의 최우수상을 차지한 ‘못 말리는 친구, 내 아버지’는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르게 한 작품이다. 온 가족을 이끌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구의 한 대학교로 봉사를 하러 간 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입던 옷을 벗어주고, 구걸하는 사람들을 위해 성경 갈피에 돈을 끼워두는 모습은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수상을 수상한 ‘짧은 행복’과 ‘7대 17’은 암으로 아버지를 잃고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글쓴이들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아버지가 남긴 ‘사랑한다’라는 네 글자를 보며 날마다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느끼고, 다음 세상에서는 아버지를 끝까지 보살펴 드리겠다며 진솔하게 쓴 글들은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중등부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산타클로스’는 발상이 무척 신선하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위해 늘 무언가 주기만 했던 아빠에 대한 고마움과 따스함, 든든함을 잔잔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였다.

우수상인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발’은 주제 선택이 돋보이고 문장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비록 숙제이긴 하지만 주름지고 고목처럼 딱딱해진 농부 아버지의 발을 씻겨드리며 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가족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깨닫게 되는 마음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 점이 감동적이다. ‘우리 아버지는 내 꿈을 심는 농부’ 또한 농사를 짓느라 따로 떨어져 일주일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아버지를 통해, 아버지가 밭에 심는 것은 씨앗뿐이 아니라 자신의 꿈까지 심어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무리 없이 잘 그려냈다.

초등부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극한 직업 교도관’은 어린이다운 눈높이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 점이 돋보였다. 아버지의 직업을 부끄럽게 여겼던 글쓴이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교도관’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아버지를 자랑스레 여기게 된 과정을 꾸밈없이 보여준 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수상인 ‘아빠와 나는 완전 붕어빵’ 역시 늘 재미있게 놀아주고, 두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흑기사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아주 유쾌하게 그려냈다. 반면에 ‘사랑하는 아버지’는 세 살 때 세상을 떠나 이제는 가족사진에서밖에 볼 수 없는 아버지를 향한 글쓴이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마지막 구절에서 “절대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는 멋지고 훌륭한 아들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쓴이의 다짐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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