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기만 행위 방지할 대책 마련을
성폭력 가해자 기만 행위 방지할 대책 마련을
  •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승인 2010.11.26 11:02
  • 수정 2010-11-26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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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판례는 이전과는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유죄 판결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처벌의 수위 역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자감시나 신상공개 등 형사처벌과 병과할 수 있는 보안처분들이 도입돼 구금과 함께 집행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사법부의 성범죄 척결의 의지가 높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된 것보다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3주 전 조만간 집행될 성충동 약물치료에의 주 대상자 선별을 위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치료감호소를 방문했다. 당시 공주치료감호소에는 개정된 치료감호법 3항을 적용받아 정신성적 장애자로 진단된 30여 명의 수감자가 있었다. 그 중 10여 명과 심층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문제점으로 인지된 사항은 현재 치료감호소 수감자들 중에 절반 정도는 정신증 관련 증상이 전혀 없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들이란 점이었다. 그 중에는 아동이나 장애인들을 연쇄적으로 강간한 자들이 많았는데, 과연 이들의 행위를 병원 입원이 필요한 환자로만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매우 인상적인 호소를 했다. 본인은 사선 변호인까지 동원해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로 왔는데, 이후 전자감시법을 소급 적용하고, 판결을 받고 수감돼 있는 자들에 대해서도 거세 약물을 집행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어, 사실상 치료감호소로 온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않게 됐다고 불평했다. 이 사람의 경우 아마도 정신감정의 결과, 멀쩡한 사리분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적 문제가 있었다고 잘못 감정이 됐을 것이며, 스스로 사법절차의 허점을 알아 특정 피해자군만 성폭행한 합리적 사고를 했음에도 책임능력상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즉 피고인의 꾀병을 현재의 형사절차가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는 더 많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정신적인 문제를 가장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강제적인 약물 투여를 피하기 위해 이상이 있음에도 정상이라고 주장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 같은 성폭력 가해자들의 기만 경향을 과연 현행 사법제도의 실무자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인지, 또는 정신감정을 맡고 있는 정신의학자들 역시 성폭력 사범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이들 고위험군을 제대로 변별해낼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약물이 필요 없는 자에게 강제로 약물을 집행해야 한다거나, 정신과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자가 정신감정의를 교활하게 속여 형벌기관인 교도소보다는 법원 세팅인 치료 감호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이는 전혀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현재 법무부의 관련 기관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해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 집단과의 보다 밀접한 교류가 절실하다. 민간 전문가 집단에서도 무조건 의욕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개인 혹은 단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겠다. 국민의 과도한 열망에 편승해 혹시라도 완성도가 확인되지 않은 정책이 집행된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안전 확보나 관련 당사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보다 신중하고도 근본적인 접근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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