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사극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서도 판타지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회 방송에서 시청률이 20%를 넘는 등 초반 포석을 잘 깔아놓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다. 삼십만원 월세살이에 변변찮은 가방 하나 사기 힘든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과 솔직당당하면서도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부자댄디남 김주원(현빈 분)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 다음날 출근할 걱정도 잠시 잊은 채 어여쁜 연인의 사랑이야기를 보는 사람(특히 여성)이라면 차를 타고 다닐정도의 대저택을 소유하며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할 필요 없는 김주원보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기운 빠지면서도 돼지껍데기에 잠시 평온을 찾는 길라임에 더 감정이입하기 쉬울 것이다. ‘왜 그렇게 밖에 꾸밀 수 없는 거냐’고, ‘자존심도 없냐’고 연인을 몰아세우는 김주원의 모습은 그동안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부잣집 왕자님의 달콤함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사실 배우 현빈이 연기했던 ‘삼식이’캐릭터의 연장선에 있지 않나 의심할 만큼 까칠한 인물. 그러나 단순히 성격이 이상한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기존의 드라마는 마음 여린 신데렐라의 맘을 덜 아프게 하기 위한 ‘덜 무안주기’ ‘배려해주기’캐릭터로 럭셔리 꽃미남의 환상을 심어주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이 인물은 어딘가 다르다. 정말 싸가지 없긴 한데, 매서운 말투며 냉정한 행동들이 이해가 된다. 그가 살아온 환경이, 그가 살아갈 비즈니스적인 삶이 그렇게 살아본 적 없는 사람들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게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현실파악을 해야 하는 꿈 많은 보통사람들로서는 조금 씁쓸한 뒷맛이 나는 점이다. 아마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동력은 여전히 신데렐라 스토리가 갖는 힘으로 보여 진다. 머릿속으론 ‘그런 사랑은 없어’라고 생각해도 대형 아파트 단지만한 집에서 유럽식 티타임 테이블로 꾸민 의자에 앉아 교양책을 읽는 김주원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 자본주의 신분제 현실이 못마땅하면서도 가진 자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극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또 만화적 판타지 요소도 드라마를 즐기는 또 다른 맛이다. 이미 여러 매체로도 알려졌듯이 이 드라마는 남녀주인공의 영혼이 뒤바뀌는 판타지 로맨스물. 상사병에 가슴앓이를 하는 김주원이 상상속 길라임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등 시청자가 주인공의 심리를 좀 더 쉽고 즉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그래서 난 딱 미친놈이야’라는 식의 사랑고백을 담는 감각적이고 은유적 대사, 톱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도 극에 대한 몰입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아직 극초반인 점, 스토리전환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시크릿 가든의 인기가 상승세 혹은 하락세를 그릴지는 앞으로 지켜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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