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경제 부진, 건보개혁안
실망 등이 부메랑 돼 돌아와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민주당을 선호해왔다.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정당인 민주당은 1960대 이후 개혁적 법안을 주도했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했기 때문이다.

2008년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56%가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여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지지율 43%와 13%포인트(p) 격차를 보였고, 남성 유권자의 지지율 50%와도 차별성을 보였다. 투표율에서는 오히려 여성들의 비율이 더 높았다. 결혼 여부에서 본다면, 1980년 이후로 두드러진 현상이 미혼 여성일수록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유독 높았다.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여성, 젊은 층 그리고 흑인 집단을 적극적인 홍보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여성들을 위한 선거의제는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 결과, 여성들의 민주당에 대한 투표가 상당히 줄어들어 48%에 그치고 말았다.

여성들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줄어든 것은 오바마 정부가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론 이러한 이유는 남성 유권자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은행이나 월가(Wall Street)의 이야기가 아닌 밥상의 실물경제였다. 더욱이 미혼 여성뿐 아니라 미혼모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계층이며, 불경기에 가장 고통을 받는 집단들이다. 이들이 느끼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제시한 건강보험개혁안이 낙태에 관해 이전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여성들로 하여금 오바마 정부가 여성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던 민주당의 전통이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상황과 선거이슈다. 2년 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악화된 미국 경제로 인해 오바마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왜 경제를 빠르게 소생시키지 못해 같은 이유로 선거에서 패배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석을 잃은 것은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큰 패배는 드물었다. 사실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은 오바마보다는 부시에게 있다는 응답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하층 계층이 그 고통을 가장 크게 느끼며, 경기가 나아져도 그 혜택은 가장 늦게 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평균소득이 남성보다 낮은 여성 유권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훨씬 크며, 이번 선거의 주된 이슈였던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여성들의 혜택을 증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성들을 화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근거해 투표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유권자의 변화를 오바마 정부가 제대로 깨닫고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다. 어쩌면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과의 협조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고려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여성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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