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노르웨이 1.84, 덴마크 1.74, 핀란드 1.73, 스웨덴 1.67
과연 북유럽 여성들이 누리는 삶의 질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상황과 비교해 얼마나 앞서가고, 어떤 삶의 조건으로 살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높은 양성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사회적 요소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삶의 질을 심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아마도 이런 질문은 한국 여성의 삶의 질과 현재 처한 현실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하고 앞으로 정책적·사회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현지 취재를 통해 스칸디나비아 4개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의 양성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 여성 소비자 단체 대표들과의 인터뷰, 일반 시민과의 인터뷰, 각국의 가족여성평등부의 정책, 그리고 북유럽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북구 여성의 삶의 질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우리나라에 시사해 주는 바를 다뤄 보았다.
스칸디나비아 여성의 평균 75%가 가정과 직장을 양립해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09년과 2010년 양성평등지수에서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이 2위에서 4위까지 모두 차지하고 있고, 덴마크는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이 일을 하면서도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만족해한다. 이 같은 기록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정 내에서의 실질적 평등을 들 수 있다. 75%의 높은 여성 사회참가율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로 가사노동 분담이 제일 잘 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육아와 가사노동이 남편과 균등하게 이뤄지다 보니 직장 여성이 퇴근하고 와서도 저녁식사 이후에 독서와 강연 등을 통한 자기계발을 할 시간적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기혼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영위하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쑨니바 외스타빅 노르웨이 평등옴부즈만)
“탁아소 비용, 가정 월수입의 2% 초과 못해” 사회보장법 명시
아동이 있는 여성의 경우 남편과 번갈아가며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고 데리고 오기 때문에 직장에서 항상 여성이 먼저 퇴근해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탁아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립 탁아소이고, 근처의 사립 탁아소도 이용할 수 있다. 사립 탁아소가 비용이 조금 더 들기는 해도 “어느 경우든 탁아소 비용이 가정 월수입의 2%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사회보장법에 명시돼 있다.
이와 더불어 임신을 하면 담당 보모가 배치되어 매주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되며 남편과 함께 부모소양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의 건강관리법, 출산 시 주의사항, 부모로서의 유아에 대한 책무와 기본적 지식, 유아의 성장과정 등의 기초지식과 소양을 교육함으로써 ‘준비된’ 출산과 육아를 가능하게 해준다.
“아이를 출산하면 노르웨이의 경우 52주는 봉급의 80%, 42주만 사용할 때는 100%를 지급해주고, 출산휴가 기간 중 의무적으로 6주는 아버지가 돌봐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아이가 12세가 될 때까지 1년에 10일을 아동의 질병 시 병가를 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출산휴가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여성이 출산 후 복직을 할 경우에도 필요시 지속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제도적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결과 노르웨이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1.84에 이르고 덴마크 1.74, 핀란드 1.73, 그리고 스웨덴도 1.67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 여성의 경우 가사노동의 평등 분담, 공립 탁아소의 제공, 출산 및 육아 부모휴가제도, 12세까지의 아동 돌봄을 위한 병가 등을 통해 여성이 실질적으로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큰 부담을 덜어내고 내적 발전과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 독서 등의 여가생활까지도 가능하게 해준다. 때문에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할 고통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와 함께 실질적으로 북유럽 사회의 양성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국민의 성평등 인식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아교육, 탁아소 교육, 그리고 학교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생활에서 성차별 등의 행위가 매우 낮게 나타난다. 학교 수업과 교과목 편성, 수업 방식, 체육시간 등 성별로 재단된 방식보다는 성 중립적인 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성인지 교육을 받도록 유도한다.
4개국 정당 관계자들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결같이 “학교교육을 통해 양성평등 인식이 일찌감치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아동들의 학교생활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올바른 성인지 교육은 아이들이 커서도 직업 선택, 가정생활, 자녀 교육 등에 있어 현저하게 성 중립적인 행위를 하게 만든다”는 확신을 표했다.
스웨덴 사민당의 페큘 여성위원장은 “스웨덴에서 양성평등이 가장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최근 30년 동안 성취한 양성평등 사회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에 차 있다. 그는 이어 “이민자 출신으로 사민당 내에서 쟁쟁한 다른 여성 정치인들을 누르고 여성위원장 두 번째 임기까지 도전해 성공함으로써 스웨덴 사회가 다문화와 양성평등의 선진국임을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사회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교육제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스웨덴의 양성평등 인식의 변화는 결국 새로운 세대의 올바른 성인식과 교육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의 성인들은 자신들의 자라온 환경과 고정된 사회인식이 있기 때문에 남성 위주의 질서를 바꾸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의 아이를 키울 때는 배운 대로 가르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자라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기 전 어릴 때부터 올바르게 가르쳐야 됩니다.”(날린 페큘 스웨덴 사민당여성위원장)
노르웨이의 보수당 당수인 솔베리 여사도 “여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의 자신감과 사회의 일반적 양성평등 시각이 노르웨이의 강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여성으로서 학교, 가정 및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불이익을 줄이는 것이 국가의 생산성 및 긍정적 사회발전에 초석이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양성평등이 학교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학교에 방문해 어린 학생들과 토론하고 선도하는 역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에르나 솔베리 노르웨이 보수당 당수)
핀란드 사민당의 툴라 베테이넨 의원은 “균형 잡힌 양성평등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가정에서의 평등 교육이 절대적이고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엄마의 사랑이 중요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을 위해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관심 있는 취미생활을 항상 관심을 가지고 북돋워주라”고 추천한다.
베테이넨 의원은 “의정활동 시간을 빼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이스하키장, 모터사이클 경기장, 그리고 밴드 연습실에 함께 데려다 주고 집에 데려오면서 많은 대화 시간을 갖는다”고 전하며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개념, 사람을 보는 시각, 여성·남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엄마의 대화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한다.
여성의 활발한 정계 진출 양성평등 사회 원동력 돼
북유럽에서 양성평등이 실질적으로 앞서가는 이유 중 하나로 여성의 정계 진출을 들 수 있다. 여성의 실질적 권익 증진과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여성 관련 가족정책, 교육정책 그리고 사회정책 등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이는 법제화를 통한 개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남성 위주로 돼 있던 정치 분야가 여성의 적극적 참여로 점차 여성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데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북유럽에서 여성 의원 비율의 변화를 보면 1970년대 들어 20%까지, 1980년대, 1990년대 들어 30%까지 이미 도달했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3개 국가에서 40%로 확대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의원이 45%에 이르는 스웨덴은 아프리카 르완다를 제하고 세계에서 여성 의원 비율에 있어 앞서가고 있다. 이 같은 여성 의원 비율의 변화에서 보듯이 북유럽의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