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말대로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옷이며 침낭까지 몽땅 다 60℃ 이상의 물로 세탁한 후 햇볕에 바짝 말렸다.
마침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정작 도착하고 나서는 별다른 감회가 없다. 그저 우체국에 가서 생 장 피드 포르(St.JeanPied de Port)에서 부친 짐을 찾고, 순례자 사무실에 가서 증명서를 발급 받았을 뿐이다. 산티아고 대성당 주변의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그동안 열심히 걸었으니 편하게 며칠간 푹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며칠간 머무르면서 그동안 길에서 만났던 순례길 친구들을 오며가며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이 먹고 마시며 즐거웠던 길 위의 나날들을 회상했다. 자기 나라로 곧 돌아가는 사람, 바다가 보이는 동쪽 끝 도시 피니스테레(Finisterre)까지 더 걸어갈 사람, 나처럼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 전역을 여행할 사람까지, 이제 각자 갈 길이 나뉘게 된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우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 우리는 알 것이다. 여기가 길의 끝이 아님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지금처럼 길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우리가 함께 걸었던 아름다운 한 달간의 기억은 평생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삶의 값진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여! 망설이지 말고 가슴이 뛰는 지금, 길을 떠나라!
[Tip]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하기
1.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기 위해서는 두 개의 워킹 스틱이 필요하다. 걸을 때 배낭의 무게와 체중을 분산시켜 주어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아준다. 출발 전, 미리 올바른 보행법을 익히는 것은 필수.
2.갑자기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비옷 준비는 필수. 반드시 100% 방수 기능의 비옷과 배낭 커버를 준비하자.
3.양말은 2~3시간마다 보송한 새것으로 갈아 신는 것이 좋다. 물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4.숙소에 도착해 샤워 후 다시 등산화를 신는 것은 끔찍한 일! 가벼운 운동화와 젖어도 되는 슬리퍼를 준비하자. 스포츠 샌들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5.주방을 갖춘 숙소도 있으므로 기본양념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6.기본적인 스페인어 공부는 필수! 의사도 영어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7.등산용 물병을 따로 살 필요는 없다. 500㎖ 물을 사 먹고 그 병에 물을 채워 다니면 된다. 몇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곳곳에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