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시가 싫다”
“나는 내 시가 싫다”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1.19 11:31
  • 수정 2010-11-19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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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 점점 더 비루해지고 있는데 시가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걱정이다. 문학으로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수상까지 한다는 것이 내 시가 점점 더 물렁물렁해진다는 뜻 같아서 착잡하기도 하다.”

제10회 노작문학상을 수상한 김소연(43·사진) 시인은 ‘나는 내 시가 싫다’는 도발적인 수상소감을 밝히는 ‘불온한’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용기를 주고 싶어서 상을 주신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소연 시인은 1993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신선한 시적 전개와 선명한 이미지로 새로운 시적 호흡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번째 시집 ‘극에 달하다’(문학과지성사, 1996) 이후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민음사, 2006), ‘눈물이라는 뼈’(문학과지성사, 2009)를 발표했다.

그는 “현실 참여에 대한 의지와 자유롭고 싶은 시인으로서의 욕망의 경계에서 바들바들 떠는 존재”라고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설명했다. 노작문학상 수상작으로 ‘다행한 일들’(문학과사회 2010년 여름호 수록)이 선정된 것이 그래서 더 기쁘다.

“비가 내려/ 개구리들이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려/ 언젠가 진짜 비가 내리는 날은 진짜가 되는 날/ 진짜 비와 진짜 우산이 만나는 날/ 하늘의 위독함이 우리의 위독함으로 바통을 넘기는 날”(수상작 ‘다행한 일들’ 중) 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 그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그러나 정작 시에서는 그를 연상케 하는 어떤 흔적도 찾기 힘들다. 김 시인은 “현실 참여를 주장하는 사람이면 부제를 쓰는 등의 방안을 활용했겠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내가 쓰는 어법으로 서정적으로 그를 기리고 싶었다”고 창작 의도를 밝히며 “노 전 대통령뿐 아니라 영웅이 되지 못한 숭고한 자살자들을 위한 기도문”이라고 시에 대해 설명했다.

“젊은 날에는 시를 ‘궁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인간의 언어가 너무 많이 오염돼 있다는 것과, 언어로 인한 오해가 폭력으로 치달으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어느 날 문득 “흉기(언어)를 가지고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후로, 날것의 분노와 열기로 맞서던 그의 시는 더욱 꾸밈없고 순수해졌다. 그는 “납빛 페로몬 액체 방울에 더듬이를 담가 정보를 교환하는 개미처럼, 아무런 곡해도 와전도 없이 온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하고 싶다”는 천진스런 희망을 전했다.

“어떠한 형태의 감옥에 갇힌다고 해도, 그곳에 작은 균열만 있으면 거기에 무엇이든 속삭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속삭임이 퍼지고 퍼져서 모두가 다 아는 큰 이야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편, 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화성시가 후원하는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살아오며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하고 한국의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제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까지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12월 3일 경기도 화성시 노작근린공원 내에 위치한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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