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 여성, 폭력으로부터의 ‘안전망’ 절실
결혼이주 여성, 폭력으로부터의 ‘안전망’ 절실
  • 한국염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 승인 2010.11.19 11:03
  • 수정 2010-11-1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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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경북 청송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한 결혼이주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 4년차의 이순(가명)씨는 폭행과 욕설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흉기로 살해했다. 마을 사람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평소 이씨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고, 마을 어른들께도 인사성이 밝았고 성격도 좋아 잘 사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중국동포인 이씨의 결혼은 한국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중개업의 알선에 의한 국제결혼이 아니라 인터넷 채팅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껴 한 결혼이었다. 나이도 남편은 30세고 아내는 27세로 엇비슷했다. 또 중국동포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오랫동안 우울증과 기면증을 앓아왔다고 한다. 남편은 낮에는 잠자고 저녁에는 인터넷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정신건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툭하면 구타를 하고 의자를 집어던지며 폭행을 했다.

유치장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진료를 한 결과 어깨와 손에 타박상에 의한 상처가 있었고, 오른쪽 눈 위는 멍이 든 상태였다고 한다. 이씨가 결혼생활을 견뎌낸 것은 다른 사람과 달리 자기는 연예결혼을 했다는 자부심과 또 화가 나면 때리다가도 기분 좋으면 잘해줬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씨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글을 써서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저와 남편은 수많은 국제결혼 부부 중에서 드물게도 연애로 결혼한 부부입니다. 우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첫 만남으로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 평생 삶의 동반자임을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저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우리 남편의 건강입니다. 남편은 지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밤새도록 아파하는 남편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렇게 병과 싸우고 아파하는 남편은 자기 자신보다 저와 딸과 가족을 더 생각해주고 챙겨줍니다. 저의 사랑과 정성으로 남편이 건강해질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파이팅합니다.” 

이렇게 자기 고통을 숨기며 ‘행복한 가족’이라는 글을 썼던 이씨가 남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두 아이 때문이었다. 이씨의 남편은 아이들도 발로 차며 폭력을 행사했다. 마트에 4살짜리 아이가 서 있는데 카트를 밀어 죽일 뻔한 일도 있었다.

시아버지의 진술에 의하면 사건 전날만 해도 아들이 애들을 죽이고 자기도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칼을 든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주 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 문제에서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 여성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해에 일어난 초은씨 사건이나 이순씨 경우처럼 아이를 지키기 위해, 또 자기를 지키기 위해 폭력 남편에게 칼을 들거나, 아니면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경우처럼 남편이 휘두른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결혼이주 여성이 이혼할 경우 자녀 양육권을 얻기 힘들고 경제적으로 자녀와 함께 살아가기도 힘들다. 예전에 우리 부모들이 자식 때문에 이혼하기 힘든 그 상황에 이주 여성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을 참고 견디며 살다보면 어느 날 한계점에 직면하고, 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절박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없을까. 이주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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