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붉은 불길을 쏟아내고, 바닷속의 지진으로 쓰나미가 해안 지대를 덮친다.

지난 10월 25일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에서 진도 7.7의 강진과 6m 해일이 일어난 데 이어 26일에는 중부 메라피 화산이 폭발해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이 연이어 강타했다. 이 시기 이 지구에 산다는 것이 참으로 위험천만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23만 명 이상이 사망한 2004년의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우리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또 이렇게 엄청난 물과 불의 재해를 맞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비참한 정황은 우리 모두를 겁나게 한다. 

넓디넓은 바다의 물이 우리 마을을 뒤덮으면 어쩌나 하는 무서운 상상을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사이 필자는 그러한 상상이 실제가 되어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전 지구적인 거대 의제는 기후변화다. 시도 때도 없이 지구 곳곳을 덮치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의 홍수와 강의 범람은 그야말로 물의 대반란이다. 전혀 비가 오지 않던 지역에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기도 한다. 올해 추석 전날 서울에 300㎜ 이상의 비가 내리고, 극지방의 빙하는 점차 갈라지면서 녹기 시작하며,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녹아내려 세계의 해수면을 높인다. 방글라데시의 강들은 범람해 영토의 5분의 1을 물에 잠기게 한다. 지난 20세기 100년간 세계 평균 0.75㎝ 올라간 해수면이 21세기에는 5㎝ 이상 올라가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기후변화를 불러왔는가? 인류의 100만 년 전 조상인 직립원인인 베이징인의 유적 터에서 불에 그슬린 곡물이 발견돼 인간의 삶은 불로 이어져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현재도 불은 인간사회의 부엌에서 삶을 이을 수 있는 원천으로 간직되고 있다. 인간사회와 불의 관계에서 큰 변화가 온 때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일 것이다. 불의 사용이 인간의 먹을거리와 인간사회의 보호를 위한 안보의 목적을 넘어서 공장이라는 터에서 대량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산업화를 통한 화석연료, 즉 불의 사용으로 풍성함, 편안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을 구가한 반면 공장에서 사용된 석탄과 석유, 즉 또 다른 불의 사용은 기후변화라는 20세기 말 이후 인간사회의 재앙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불 사용의 잔재인 탄소의 다량 배출로  지구 40㎞ 성층 밖에 온실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온실 속 지구엔 이해하기 어려운 기후 이상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는 바닷물이 온실 속에 들어가서 점차 올라가는 기온으로 인한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알 수 없는 물 순환 체계가 일어나고 있다. 구름, 수증기, 내리는 비, 안개, 바다, 강들이 빙하·빙설과 함께 물의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은 이 속에서 속출하는 변화 속에서 죽고, 다치고, 힘들어 하며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250여 년간 인간들의 불 ‘과잉’ 사용으로 지구의 물은 어떻게 정착해야 할지를 모른 채 광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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