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어린데 반말 좀 하면 어때서”라니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한 언론매체를 통한 (총각인줄 알았던)유부남 정치인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돌발 발언 이후에도 파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의 발언에 대해 ‘정치인의 성모럴이 위험 수준’이란 논평을 냈던 자유선진당 윤혜연(31) 부대변인에게 김씨가 언급한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수도권 지자체장이 전화를 걸어 10분간 막말을 했고, 이에 충격을 받은 윤 부대변인이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대변인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 부대변인은 17일 10시 쯤 응급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계속 몸조리를 할 계획이다. 본인은 퇴원하고 싶어 하지만 병원 측에서 “극도의 신경쇠약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유로 퇴원을 만류하고 있다는 설명. 각 매체마다 관련 기사를 사회 정치 연예 면을 오가며 쏟아낼 정도로 이번 사건의 성격은 적지 않이 혼란스럽다. 입에 올리기도 낯 뜨거운 스캔들이 정치권과 얽히면서 일종의 쇼로 변질된 듯 하다는 냉소도 간혹 있다. 그러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김씨에게도, 윤 부대변인에게도 이번 사건은 ‘폭력’으로 작용했다는 면에서 관심을 끈다. 윤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실명을 거론하면 가진 권력으로 나를 괴롭힐 수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억울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고백)하게 됐다” 등의 김씨의 말을 인용해 권력의 폭력성과 정의를 말했다. 이후 그 자신도 한 지자체장으로부터, 논평에 실명, 전직, 지역 등 어느 하나 구체적인 정황을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변호사 출신”이란 말부터 시작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법에 안 걸리느냐” “네가 얼마나 더 크는지, 잘 크는지 지켜보겠다” 등의 협박성 반말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했다. 견디다 못해 윤 부대변인이 반말 사용을 문제 삼자 “나보다 나이도 어리구만, 반말 좀 하면 어때서”란 무지막지한 말이 되돌아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윤 부대변인이 당한 사건에 대해 명백히 ‘언어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젊은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권위의식과 비하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는 데 더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 한 정당의 여성 관계자는 “‘여성’ 부대변인이기에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문제의식이었고, 그래서 그런 논평이 나왔을 것”이라며 ‘여성’ 시각이 왜곡, 폄하당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김은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부대표 역시 “차세대 여성이 정치권에 진입할 때 유리한 자리가 ‘부대변인’인데, 여성이고 나이가 어리다고 남성 정치인이 이렇게 위압적으로 나온다면 앞으로 ‘여성의 눈’으로 따끔한 논평을 해야할 경우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을 비롯한 자유선진당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여성권익을 위해서라도 그냥 둘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 한 정치인의 말처럼 “말을 통해 문제해법을 찾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라면 이 경우 해당 지자체장은 어떤 해법으로 대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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