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원 주부의 하소연

“보름동안 68만원 번다고 시작했는데, 이제 다시는 안해요.” 경기도에 거주하는 인구조사원 이효정 씨(35)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장사하는 분들은 10시, 11시, 새벽에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아무리 정부조사라고 하지만 남의 집에 밤늦게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정말 곤욕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기간 조사원들의 불만이 극심했다. 이 씨는 여섯 살 난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10시쯤 인구조사 상황실이 있는 동사무소 출근, 점심시간까지 지난 밤 조사했던 자료들을 보고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퇴근하는 시간이 본격적으로 방문조사를 하는 시간. 이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7시부터 12시까지는 얼어버린 손 발을 호호 불어가며 꼼짝없이 이집 저집을 돌아다녔다. 이 씨가 늦은 시간까지 혼자 다니는 동안에는 가족들도 불안한 마음으로 이 씨를 기다리곤 했다는 것이다. “상황실에서 상해보험에 들지 않은 조사원에게는 만원짜리 보험이라도 들으라고 했다”며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어떤 무서운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그도 처음부터 남의 집 돌아다니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떤 조사원이 겪은 일인데, 남자가 옷을 홀딱 벗고 뛰어나오기도 했다고 하더라”며 같은 조사원으로서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는 이 씨. 이 씨가 속했던 구역(동)에는 약 18명 정도의 조사원이 있었고, 30~50대 여성 주부들이었다고 한다. 30대 중반인 이 씨는 조사원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조사마감까지 배당받은 500가구 중 남은 집이 20가구 정도 됐었다. 당시 관리자가 100%완료한 사람들도 있다며 밤 늦게라도 꼭 찾아가서 조사를 끝내놓으라고 끈질기게 재촉했었다”며 “집을 아예 비워놓거나 새벽에야 돌아오는 가구도 많은데 어떻게 100%가 가능한지 의문스러웠다”는 것. 이런 일 때문인지 조사원들이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불쑥불쑥 찾아가는 일도 부지기수. 인구주택총조사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충남의 한 직장인은 아침 6시가 넘어서 조사원이 찾아와서는 문을 열자마자 몇번을 왔는지 아느냐며 욕을 하더라는 글을 올려 조사원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된거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조사원은 사이트에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굴 믿고 문을 열어주며 개인 프라이버시까지 알려주겠느냐”며 방문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몇 만명에 달하는 조사원에게 70만원 정도 되는 돈을 주는 것보다 조사에 참여하는 국민들에게 얼마씩을 줄테니 조사에 참여해 달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통계청이 주관하고 외교통상부, 국방부, 법무부 등 6개 중앙행정기관과 시도 광역자치단체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가 실시. 10월 22일부터 11월 7일까지 진행된 인터넷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원들이 15일까지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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