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인 4일 오전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행사기획단으로부터 배우자 행사 관련 브리핑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삼청동으로 달려갔다.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호주의 줄리아 길러드 총리,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등 4명의 여성 정상도 한국을 방문하기에 그들이 동반할 ‘남성’ 배우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정치·경제·외교를 좌지우지하는 정상의 배우자들이 이번 회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자못 궁금했다. 퍼스트레이디건 퍼스트젠틀맨이건 정상과 가장 근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비공식적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영향력이 막대하지 않은가.

그런데, 기대를 품었던 브리핑 내용은 못내 아쉬웠다. 1시간에 걸친 브리핑에서 중점적으로 강조된 것은 먹을거리와 볼거리 중심의 의전 행사 일색이었다. 이번 회의에 배우자를 동반하는 정상은 17명으로 여성 정상들의 남편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배우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만찬과 문화행사가 전부였다.

이번 회의를 활용해 외교적 마찰이 있는 나라들 간 퍼스트레이디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이해 증진 기회나 환경·빈곤 등 전 지구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춘 행사, 주최국인 한국 여성들과의 ‘특별한’ 교류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브리핑을 주관한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행사기획단 관계자는 이런 의문에 대해 연신 ‘전례에 따라’라고 이유를 댈 뿐이었다.

지난 11, 12일 이틀에 걸친 대대적인 G20 정상회의는 이미 막을 내렸다. 이런저런 것을 회의의 성과로 꼽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운치 못한 그 무엇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여성 정상들의 남성 배우자들, 동성애자임을 선언한 아이슬란드의 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 여성 총리처럼 정상들의 동성 배우자들에게도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한 전형적인 영접 방식을 고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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