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는 정규직
서연이는 정규직
  • 조혜영 / 아행 프로젝트 40대 홍보대사
  • 승인 2010.11.12 11:00
  • 수정 2010-11-1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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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일어나기. 7시: 세수하기. 우유 한 잔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기. 옷 갈아입고 출근 준비.

7시 30분: 유모차 타고 외할머니 집으로 출근. 할아버지가 현관 앞에 마중 나와 계신다. 8시: 할머니가 챙겨주시는 아침식사 맛있게 먹기. 할머니가 불러주는 ‘코끼리아저씨’ 노래에 맞춰 코끼리 코 동작놀이도 하고 할머니가 ‘돼지~’ 하면, 서연이가 ‘꿀꿀~’ 하고 말을 하며 흉내 내기도 한다. 낮12시: 점심시간. 오후1시: 낮잠시간 2시30분: 오후 놀이시간. 주로 할머니와 동요를 부르거나 장난감 블록 놀이. 6시: 이른 저녁식사. 할머니 집에서 세 끼 식사를 해결 한다. 7시: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 이때부터 퇴근 준비. 할머니한테 외출복과 양말을 신겨달라고 조른다. 7시30분: 엄마와 함께 다시 유모차 타고 퇴근. 8시: 엄마와 목욕하기. 따뜻한 물에서 목욕놀이. 8시30분: 엄마와 책 읽기. 9시30분: 잠자리에 들기.

서연이가 잠든 밤 9시 30분쯤부터 내게 하루 중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밀린 집안일 하기, TV 시청하며 졸기, 책 읽으며 졸기, 페이스북 하기, 인터넷 뒤지기 등 여유를 부려본다. 다행히(?) 서연 아빠가 외국에 있으니 집안일이 많지는 않다. 왜 남자들이 집에 있으면 도와준다고 하는데도 집안일은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는 걸까? 하여간 그런 여유 있는 시간들이 그다지 길지는 않다. 뭘 해도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잠든 서연이 얼굴을 바라보고 머리를 쓰다듬다 나도 그 곁에서 어느새 잠이 든다.   

서연이는 매일 아침 7시30분 할머니 집으로 출근해서 저녁 7시30분 회사에서 퇴근하는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하루 12시간을 할머니 집에서 지낸다. 그러고는 저녁 7시가 넘으면 어떻게 알고는 나를 기다리며 할머니를 졸라 현관을 가리키며 옷을 입혀달라고 한단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저녁에 일이 생겨 조금 늦게 퇴근한 나를 기다리다 서연이가 할머니 집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퇴근한 후 얼마 있다가 깨어서는 두리번거리더니 집에 간다며 조르는 것이었다. 어르고 달래도 안 돼서 결국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그렇단다. 잠은 집에서 자야 한다고. 친정엄마한테 밥은 아무데서나 먹어도 잠은 꼭 집에서 자야 한다고 어려서부터 들어왔는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는가 보다.

이런 얘기를 들은 내 동료가 웃으면서 ‘서연이가 정규직이네. 4대 보험은 들어줬어요?’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서연이는 4대 보험은 아니더라도 건강상해보험, 생명보험사에 든 펀드, 청약저축 등 나의 노후대책은 없어도 나름 서연이가 성장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정규직이라는 신분이 틀린 말도 아니다. 요즘 엄마들은 태아건강보험은 필수고 아이들 교육보험을 대신해 펀드를 많이 든단다. 최소한 1억원 이상을 준비하고 있어야 대학공부를 시킬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주택 사정이 어떻게 또 달라질지 모르니 이율도 높고 주택청약도 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는 게 대세란다. 나도 결국 그 대세에 따라 이 세 가지를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세상에 살면서 10년 후 20년 후를 지금 기준으로 예비하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또 돈으로 살 수 없는 꿈과 상상력, 창의력은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그것마저도 돈으로 준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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