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그리고, 노년은 자유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그리고, 노년은 자유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11.12 10:56
  • 수정 2010-11-1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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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년에 대한 당당하고 새로운 생각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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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눈 내리는 심야의 종로 거리를 헤치고 신나게 젊음의 파티를 즐기고, 미드 수사물 폐인에다가 개봉 영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고 극장에서 보며, 젊은 시절 사모했던 어느덧 팔십을 훌쩍 넘긴 대배우를 보고 가슴 떨려 하고, 생전 처음 백화점에서 진분홍색 봄 점퍼를 사들고 ‘나도 패셔니스타!’라 쾌재를 부른다면? 그리고 그 주인공이 어느덧 육십을 넘긴 여성이라면? 누군가의 말처럼 노년도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아차,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생각 역시 우리 사회, 특히 아직은 청장년이라 불리는 젊은 세대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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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여성학자 박혜란(사진)씨가 10년 만에 또다시 ‘나이 듦’의 화두를 안고 돌아왔다. 신간 에세이집 ‘다시, 나이 듦에 대하여’(웅진지식하우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책 표지에 규정했듯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것, 더 나아가 자유스러운 것!”이란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만큼 “더 느긋하고 깊어진 생각 모음”이라는데, 이 역시 과연 그렇다는 느낌이다.

“중앙 버스차로에 느닷없이 끼어든 오토바이 때문에 버스 기사가 급정거를 했는데도 손잡이를 놓치지 않고 몸을 잘 지탱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 TV가 나쁜 사람들, 나쁜 소식들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등장해서 순식간에 처졌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 주니 이 또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 너무 많으면 감동이 훨씬 줄어들 텐데 그렇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참 다행이다’ 중)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젊지도 늙지도 않은 다소 애매한 나이의 독자 입장에서 보면 책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씩씩하고 낙관적인 노년의 자화상을 미리 만나보고 거기서 나름 위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리라.

“여자들은, 특히 나이가 한참 들어 보이는 여자들은 늘 그랬다. 세상의 모든 나이 든 여자가 친구로 보이나 보다 … 신도림역에서 갈아타야 한다면서 장미 화분을 든 여자가 내릴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한마디. ‘우리 영감은 벌써 죽었는데, 댁의 영감은 살아있우?’ 이미 전철 밖으로 나간 여자의 뒤에 대고 남은 여자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아직 살아있어요!’”(‘여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 중)

수원에서 6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20대에 6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육아를 위해 퇴직, 30대 10년을 전업주부로 살다 40대에 여성학에 전념해온 저자. 50대, 60대를 거쳐 다섯 손자의 할머니가 되면서 준비 없이 맞은 100세 시대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궁리 중이고 그런 고민이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정색을 한 진지한 사색이 아닌 콩트처럼 경쾌하고 말랑말랑한 속내 얘기로. 

책을 덮을 준비를 하며 말미의 ‘내가 만약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을 읽다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한 청소년단체 성년식에서 저자인 ‘헤라니 할머니’는 스무 살을 맞은 그들에게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불안을 젊음의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겠습니다” “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늘 마음을 열어두겠습니다” 등 스무 가지 계명을 전수한다. 이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이 듦에 대한 그의 성찰은 후배 세대에 대한 염려와 진한 사랑의 다른 모습이라는.

가수 이적을 포함, 세 아들을 키우고 결혼시킨 체험으로부터 나온 ‘新시어머니 십계명’이나 책장을 펼치자마자 눈에 짚이는 “노안이 왔을 핵심 독자들”을 위한 한껏 키운 본문 글씨, 창호지 바탕에 동양화 느낌을 가미해 따뜻한 난로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 등에 대한 편집자의 친절한 메모장을 보면 ‘다시, 나이 듦에 대하여’는 확실히 실용적인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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