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너무 바삐 지나가고 있다. 채 정신도 못 차렸는데 올해를 벌써 한 달여만 남기고 있다. 지난 10개월이란 시간을 손가락 사이로 보낸 듯하다.

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세월을 생각하니 나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 뿌듯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워낙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낯선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집 근처 마트에서 계산원이라는 직급을 달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의욕과는 다르게 남과 다른 말투, 이주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변 동료들의 차별과 무시를 받고 상처를 많이 받아 그만두게 됐다. 후에 중국어 학원 강사로 취직했지만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할 수 없게 됐다. 이즈음 한국어 교육생을 모집하는 홍보물을 받으면서 내 인생이 달라지게 됐다. 교육장에 나가면서 나와 같은 상황의 이주 여성들을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이주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가족지원센터에 근무하게 되면서 드림인코리아 명예기자로 위촉까지 받게 됐다.

대학시절 아나운서와 편집장으로 활동해본 경험이 있는 나였기에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행복했다. 열심히 적은 원고가 기사로 채택되지 않을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쓴 글의 부족한 점을 듣고 그것에 맞춰 원고를 작성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기자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었다.

글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레 인터넷 사용도 늘게 됐다. 웹 서핑을 하다 보니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평소 관심있어 했던 ‘한국어’관련 분야의 글짓기 대회, 말하기 대회 등에 참가하는 날도 늘어갔다.

만약 내가 그 홍보물을 받지 않았더라면 결혼이주 여성을 도울 일도, 명예기자로 활동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웹서핑을 하면서 우연히 보게 된 글짓기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는 즐거움 또한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0년, 굴곡 많은 한국 생활이지만 허송세월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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