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 지원사업 ‘비움과 채움’ 치유력 놀라워

아름다운재단에는 공익활동과 활동가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그중 ‘비움과 채움’ 사업은  그저 ‘푹 쉬는’ 일을 하라고 만든 것인데 활동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과 관련된 교육이나 워크숍에 참여하면 탈락이다. 왜, 얼마나 잘 쉬려는지가 심사 기준이다. 매년 지원자는 늘어나고 그들의 쉬어야 하는 이유는 절박하다. 얼마 전 활동가들의 면접이 있었다. 부산, 광주에서 이른 아침 먼 길을 나선 활동가들을 만나는 일은 반갑고도 아련했다.

“일하면서 어떤 때 가장 힘드신가요” “지원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질문에 예외 없이 모두들 눈가가 촉촉해진다. 대답하다 울컥 눈물을 흘리는 활동가들도 적지 않았다. 휴지를 건네며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대책 없이 울렁거렸다. 그들과 함께 나도 잠시 목이 메었다. 10년, 20년을 일해 오면서 변변한 휴식 한 번 챙길 수 없는 그들의 지친 일상이 짐작하고도 남기 때문이었다. 대나무도 중간 중간 마디가 있어 위로 쑥쑥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내 몸과 마음에 쌓인 독을 빼고 첫 마음을 되찾기 위한 해독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모두 상상여행, 해독여행에 목말라 있었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이질 않아서, 문득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가 제일 힘들다고, 운동을 하는 자기 삶의 이유가 잘 안 보인다고 한다. 늘 새로운 상상력이 삶과 운동의 연료가 되는 활동가에게 그건 위기가 분명하다. 그들의 눈물은 처음의 그 이유와 열정의 근원을 찾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공익단체 활동가의 길, 그 선택은 누가 시킨 것도, 그저 먹고 사는 방편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쓰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마이클 셀던은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공동선을 만드는 것”을 ‘정의’라 했다. 정글의 법칙 속에서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정의의 법칙을 만드는 사람들이 활동가다. 그들에게 일이 관성이 되고, 상상력이 고갈돼 간다면 좋은 삶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은 그만큼 더딜 것이다.

인도의 아시람 순례를 하겠다고 신청한 도서관 운동을 하는 세 명의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주부였던 그들은 도서관 운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세상’을 보았다고 했다. 그 일을 통해 자신도 함께하는 아이와 엄마들도 쑥쑥 크는 것을 느꼈다고,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으로 아이들과 여성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고, 일상의 삶으로 만나 서로 변화를 만드는 그 좋은 일을 오래도록 할 거라고 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적인 힘’이라 했다. 영적인 힘, 그건 꿈꾸는 마음의 힘이 커지는 일일 것이다. 공익활동가들의 쉼은 자신과 사람들에게 꿈꾸는 힘을 기르게 하는 가장 공익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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