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는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0차 세계물위원회 이사회가 끝나는 10월 16일 미국 측 이사들과 함께 그들이 오래 전부터 자랑해온 포도주 산지로 떠났다. 그러나 나파 양조장들은 나파시의 일부분일 뿐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나파 시는 물 정책의 성공적인 이행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나파강과 샛강의 홍수 프로젝트는 특히 놀라웠다. 89㎞를 흐르는 나파강은 11월부터 4월까지 6개월간 내리는 비로 홍수가 잦아서 1865년 이후 22번의 큰 홍수를 기록하고 있다. 건기의 막달인 10월의 나파 들판은 밟으면 바삭 소리가 나고, 불을 붙이면 그대로 휙 번질 것 같이 말라 있었다.

이러한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는 자연재해에 대처해 온 미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 나파시 정부의 긴밀한 대책은 매우 흥미롭다. 미 의회는 1965년 나파시의 홍수방지책을 통과시키지만 예산이 없어 지지부진하다가, 1986년 큰 홍수를 계기로 미 공병단이 구심점이 되어 대책이 제기됐다. 이 지역의 주민 대표 25개 기관과 400여 명은 미 공병단과 나파지역 홍수통제, 수자원 보호지역단들과 2년간 회의를 거듭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었고, 1998년 지방선거에 합의안이 3분의 2의 주민찬성을 거쳐 통과됐다. 현재까지도 그 합의안에 의거해 모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나파강의 연평균 수량은 초당 37㎥인데 지난 100년에 일어난 홍수 시기를 살펴보면 수량이 1200~1300㎥로 35배가량 증가했다. 나파강, 샛강의 홍수 대책의 특징은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방법을 접목한 점이다. 하류 지역에서는 제방을 제거해 습지를 조성했고,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다리들을 철거하고, 흐르는 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 테라스식 강둑을 만들었다. 유(U)자형으로 굴곡진 나파 샛강의 흐름은 그대로 둔 채 직선 수로를 강 밑으로 파서 홍수 때 밀려오는 물의 지름길을 만드는 지혜로운 방안도 도입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강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강변에는 시 예산으로 여러 건물을 사들여 오페라 극장, 연극당 같은 문화적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파 강변을 거닐며 우리들을 안내해준 공병단, 홍수대책단, 나파시 시장 등 공동 안내자들은 강을 항상 ‘주어’로 쓰면서 강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주는 일이 ‘살아있는 강’ 프로젝트의 주안점임을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만 하구의 100만 평 이상의 조수 습지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100년간 홍수로부터 2700개 주택, 350개의 사업체, 50개 이상의 공공건물을 보호할 수 있게 된 사업으로, 연간 2600만 달러(약 3조원)의 홍수 피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쾌거라고 한다. 현재 이 프로젝트의 수장은 2005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맞고 있는 금발의 여성 질 테첼 나파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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