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활동가들 “실효성 위해 보완조치 필요” 한목소리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제결혼 건전화 및 결혼이민자 인권보호 강화 방안’에 따르면 성폭력·가정폭력 범죄 전과자들은 국제결혼을 하기 어려워진다는데 과연 그럴까.

지난 10월 28일 국무총리실과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 여성 탓티황옥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관련 대책을 총리실 주관으로 범부처 차원의 종합 대책으로 보완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제결혼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를 막기엔 역부족이며, 초기 단계라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표적으로 신고율과 고소율이 낮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전력자들을 현재로서는 걸러내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 지원 활동가들은 이번 정부 방안의 실효성에 특히 회의적이다.

먼저 성폭력·가정폭력범죄 전력자, 정신질환자 등 정상적인 혼인생활이 곤란한 자의 경우 외국인 배우자 사증 발급을 제한하는 규정에서 신고율이 낮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전력자들의 결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문제시되고 있다.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경우가 있다 해도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을 경우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가정폭력 전력이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아 보완이 요구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고소가 아니면 사실상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폭력 전과자의 국제결혼 제한에 대해 홍보 효과로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전정보 제공 강화 차원에서 실시되는 국제결혼(이혼율이 높거나 국제결혼 수요가 많은 국가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안내 프로그램 운영에서는 그 시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국제결혼 관련 법률, 결혼비자 관련 정책 등을 설명하는 안내 프로그램은 배우자 초청 전까지 과정을 수료해야만 초청 및 사증심사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데, 현장 상담가들은 이 프로그램을 한국 남성이 결혼을 위해 출국하기 전 수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통 결혼을 위해 출국하는 남성들은 현지에서 선을 보고 합방, 결혼까지의 모든 과정을 끝낸 후 귀국해 혼인신고를 하고 배우자를 초청하기 때문에 현지 여성의 입장에서 이미 결혼한 남성이 한국으로 돌아가 안내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아 자신을 초청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출국 전 교육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안내 프로그램 교육의 내용이 결혼이주 여성과 국제결혼 가정의 인권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일회성 교육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을 출국 전 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제결혼을 위해 출국하는 사람들을 사전에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등록된 결혼중개업체를 통하기보다 지인의 소개 등 유사 중개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국제결혼 비율이 높은 만큼 사후 교육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제결혼 행복 프로그램’이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가족 교육 강화가 대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는 10월 21일 베트남 여성연맹과 ‘국제결혼 건전화 및 여성발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양국은 결혼이민 예정자를 대상으로 사전정보 제공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불법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국제결혼의 폐해를 막고자 애쓰고 있다.

대책안 중 혼인의 진정성과 함께 경제적 부양능력·혼인경력·범죄경력 여부, 건강상태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결혼사증발급 심사기준 정비 부분에서도 보완점이 제기됐다. 남편의 경제적 부양 능력 검토는 결혼 당시뿐만 아니라 결혼 전후 몇 년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혼 당시 부모나 형제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당사자의 명의로 바꿔놓아 재산 상태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의 초기 적응 지원 및 인권 보호 강화 부분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한 결혼이민자에 대해 체류 관련 규정, 국적취득 절차, 권익보호 수단 및 지원기관 등을 안내하도록 하는데,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은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입국 후 90일 안에 받게 돼 있는 외국인등록증의 경우 남편의 동의가 없거나 인지하지 못해 등록증을 받지 못한 여성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 방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위장결혼으로 인한 한국 남성들의 피해 민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체류 허가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의 경우 한 달 200건 이상의 상담 중 체류권과 연관된 상담이 대부분이다. 체류 연장을 위해 남편의 보증이 필요한 현행 제도 하에서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인권 침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상담소 측 전망이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신분 보장이 남편에 의존돼 있는 상황에선 폭력 피해 여성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신분보장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대표는 “이주 여성들이 폭력으로 인해 가정을 벗어날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라도 생계를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정부는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자본금 등록 요건을 1억원 이상으로 정해 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고 결혼 당사자 간 신상정보 미제공 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출입국관리 정보 시스템에 결혼중개업체명, 초청 현황, 특이사항 등을 입력·관리하고, 무등록 영업 등 결혼중개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현장 점검과 단속 활동도 주기적으로 실시하며 폭력 피해 이주 여성에 대한 상담 및 긴급 지원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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