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제46차 여성대회에서도 핵심 슬로건이 ‘성(性) 평등 선진화, 대한민국 선진화’였다. 그런데 양성평등은 구호가 아니기에 실천할 때만이 실현된다.

한국 사회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그중에서도 일부 국민과 보수 정치인들이 양성평등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적 오류가 문제다. 첫째 오류는 양성평등이 실현되면 여성에게만 유리하다는 착각이다. 양성평등은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공공재(public goods)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쟁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즉 공공재가 제공되면 누구도 그 혜택에서 배제될 수 없고, 더불어 어떤 한 사람의 공공재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재 성격의 양성평등이 실현되면 그 혜택은 여성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남성을 포함한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돌아간다.

둘째, 한국에서는 양성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됐다는 오류다. 사법고시를 포함한 각종 공직 시험에서 여성의 비율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면 어떻게 비정규직의 80% 이상이 여성이고, 동일한 조건하에서 여성의 급여가 남성의 70%밖에 되지 않는가? 여성의 공직 진출 비율 상승과 절대 수준에서 아직도 미흡한 양성평등 실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셋째,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성이고, 남성을 지배하는 사람은 여성이라는 착각이다.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는데 왜 한국 사회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진보는 평등(equality), 보수는 효율(efficiency)을 강조한다. 그런데, 과거 고속 압축 성장으로 대변되는 산업화 과정에서 보수 세력은 효율을 위해 평등이 희생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성장’ ‘안정’ ‘체제 수호’ ‘법치 실현’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낡음’ ‘부패’ ‘늙음’ ‘기득권 수호’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은 추세다. 최근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했고 현재도 지지한다’는 ‘보수 절대 지지층’은 20.5%인 반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고 현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수 절대 반대층’은 56.9%로 두 배 이상 많았다. 특히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했지만, 현재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수 이탈층’의 규모가 13.9%였다. 한편 보수에 대한 호감도에서도 ‘싫어한다’(44.1%)가 ‘좋아한다’(19.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탈 이유에 있어선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에서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12.9%인 반면, 여성의 경우는 그 비율이 21.8%로 훨씬 높았다. 차기 대선에서 여심(女心)을 얻어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명제가 있는 만큼 보수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한다면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개혁과 변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효율과 평등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도저히 결합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가치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하이 콘셉트’(high concept)다. 여야는 양성평등과 관련된 하이 콘셉트를 만들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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