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노마 레이’의 비극”…가부장적 기업 풍토 비판

미국의 페미니스트 계간지 ‘미즈 매거진’ 가을호에 ‘한국 전자업체의 스캔들’(Korea′s Electronics Scandal)이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서 다룬 사건은 지난 4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박지연씨의 이야기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씨는 입사 3년째이던 2007년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최근 10년간 삼성반도체에서 일어난 백혈병 피해자 중 8번째 사망자로, 그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비슷한 병에 걸린 직원은 2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들의 발병 및 사망이 업무 환경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며 산재 인정도 거부해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기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업체인 삼성반도체 공장 현장의 규명되지 않은 발암물질이 여성 노동자들을 백혈병으로 몰아넣고 있고 이곳의 발병률은 다른 전자 공장의 두 배가 넘으며 일반 여성들의 발병률에 5배나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을 위험이 높은 현장에 배치하는 것은 기업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민첩한 손재주’와 다른 ‘여성적인 특성’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는 한국의 뿌리 깊은 가부장 사상, 즉 ‘남성=권력, 여성=조력자’라는 젠더 공식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미즈 매거진’의 기사가 실린 잡지가 발행되고 얼마 후 글로벌 페미니스트 블로그 커뮤니티인 ‘경계 없는 젠더’(www.genderacrossborders.com)에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이 실렸다.

이 사이트의 블로거 중 한 명인 제시카 맥은 10월 27일 올린 게시물에서 이번 사건을 “과거 미국이 어린이 노동을 합리화했던 것과 같지 않은가?!”라며 이들 여성 노동자를 ‘한국의 노마 레이’(Norma Rae)라고 칭했다. 노동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노마 레이’는 마틴 리트 감독의 1979년 작품으로, 열악한 환경의 방직공장에 다니던 주인공 노마가 노동운동에 눈을 뜨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이 사건이 한국 여성의 초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업 현장에는 분명히 잘못된 젠더 관념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 현장의 여성들은 여전히 이 작품의 콘셉트와 다르지 않다”면서 “이는 한국을 넘어 미국도 다르지 않다”면서 “이번 미즈 매거진이 다룬 삼성의 사건은 여성들이 전 세계 여성과 노동 이슈, 지옥 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의 권리 찾기에 주목해야 함을 환기시켰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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