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항거불능’ 조항 삭제해버리자” 개정안도 나와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등 관련 단체들이 지난 8월 18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연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수사, 판결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비슷한 유형으로 되풀이되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그에 따른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항거불능’ 상태를 얼마나 신중하고 정확하게 이해해 판단을 내리느냐는 것이다.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등 관련 단체들이 지난 8월 18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연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수사, 판결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비슷한 유형으로 되풀이되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그에 따른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항거불능’ 상태를 얼마나 신중하고 정확하게 이해해 판단을 내리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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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DB
성폭력 사건 판결에서 성 경험이나 성 지식이 많을수록, 지적 능력 및 학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피해자가 저항을 많이 했을수록 ‘항거불능’ 요건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 재판부는 과연 정당하고 상식적인가.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성폭력 사건 쟁점 토론회’에서 김정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펠로의 장애인 준강간죄의 ‘항거불능’ 관련 판결  분석에 대한 정지원 판사(젠더법연구회 회원)의 의견에 따르면 최소한 지적장애 여성 성폭력 판결에서는 그렇다. 김정혜 펠로가 발제한 ‘장애인 성폭력 판결의 흐름과 쟁점’엔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와의 연속 워크숍의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현재 법조인을 비롯해 지적장애 여성 성폭력 상담소 현장 활동가들이 지적하는 지적장애 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대처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항거불능’에 대한 일관되지 않은 해석, 그에 따라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비슷한 성폭력을 당해도 재판 결과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토론회에서 (옛)성폭력특별법 제8조에 ‘정신상의 장애’ 요건이 추가된 1998년부터 2010년 7월까지의 장애인성폭력 판결 261건에 대한 분석을 총괄한 ‘공감’ 측은 이에 대해 “대법원의 2003년 10월 24일 판결과 2007년 7월 27일 판결이 근거 기준으로 혼재돼 있다”고 해석한다. 2007년 판결 이전엔 ‘항거불능의 상태’를 엄격히 해석하고자 하는 흐름이 지배적이었다는 것. 이런 가운데 ‘항거불능’ 요건을 다소 완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2007년의 판결은 특히 정신적 장애의 경우 항거불능 판단 시 고려할 요소를 확대해 정신상 장애를 넘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 상황과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분석한 김정혜 펠로는 “장애 이외의 요소들과 피해자의 장애가 상호작용해 저항이 곤란한 상태를 유발하고 강화할 수 있음을 반영했다”는 데 의의를 뒀다. 판결의 근거가 되는 사건은 당시 13세로 정신지체 2급이던 내연녀의 딸을 피고인이 5년간 8차례에 걸쳐 강간한 사례로, 1심과 2심에선 2003년의 판결을 인용해 항거불능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평소에 피해자의 엄마와 오빠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해왔고, 첫 번째 범행이 야산 묘지 부근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 원심을 파기했다.

최근 대전의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장애인 성폭력에 대해 ‘항거불능’ 요건을 아예 삭제해버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장애’를 이용한 ‘간음’을 적용하자는 의미인데, 사실 현행 법률조항으로 처벌 못 할 것은 없기에 결국 다시 ‘해석’의 문제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어떤 면에선 ‘항거불능’보다 ‘장애를 이용한 간음’ 적용이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 후자의 경우 얼마나 ‘고의적’이냐가 핵심인데 “가해자가 심각한 폭행과 협박이 별로 없는데도 말로만 협박해 성폭행을 하거나 피해자가 옷을 벗지 않으려고 가해자를 미는 정도의 소극적인 저항만 할 수도 있어 가해자가 발뺌할 여지가 많다”는 것. 또 “장애 때문에 이미 ‘항거불능’임을 인정하고 들어간다면 장애인과의 성관계는 모두 장애를 이용한 간음 혹은 성폭력으로 간주할 것이냐”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한편에선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사회 윤리적 차원에서라도 비장애인 성폭력의 경우보다 더 엄격히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공감 측은 토론회 발제문을 인용해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형법 302조보다는 현행 성폭력특례법 6조를 근거로 할 수 있는 ‘장애인 준강간’으로 기소를 시도해 법정형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한다.

그렇지만 입법의 문제로 항거불능 적용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장애’를 특성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성폭력 관련 법 전체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빠른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한 최영희 의원 역시 “성폭력 사건에서 ‘항거불능’ 요건을 불합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게 현실”이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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