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도덕을 만든다
독서가 도덕을 만든다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11.05 11:48
  • 수정 2010-11-05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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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타임 리딩, 세대에서 세대로 가치 전수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책을 멀리하던 사람들조차도 책이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독서는 교양을 높이고, 교양은 사람의 품위를 높인다. 사람다운 품위가 곧 도덕이다.

그래서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동서고금 어디에서건 나타난다.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시인 두보는 “男兒須讀 五車書”(남아수독 오거서: 사람은 필히 다섯 마차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란 말로 책 읽기를 강조했고, 옥중의 안중근 의사는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생긴다)이라는 말로 한민족의 젊은이들에게 책 읽기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 점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갈기갈기 찢어진 민심을 간신히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이룩해낸 남북전쟁의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오늘의 나를 가능하게 한 두 여인을 기억한다. 한 분은 나의 어머니로서, 나에게 책 읽기를 가르쳐서 오늘이 있게끔 토대를 마련해준 분이다. 다른 한 분은 스토 부인으로서 ‘엉클 톰의 오두막집’(Uncle Tom′s Cabin)이라는 책을 쓴 분이다.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해서라도 흑인들의 비참한 노예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신념과 용기를 내게 준 분이다.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전쟁을 치러낼 용기를 감히 부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 읽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많은 나라에서 젊은이들, 특히 유·초·중·고 및 대학에서의 독서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국민의 전반적인 독서 수준이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끼치는 영향력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매년 나라별로 15세 청소년들(대체로 고1 수준)의 독해력 수준을 측정해서 발표한다. 1위는 주로 핀란드였고, 2위는 캐나다인 경우가 많았다. 일본도 언제나 상위권에 속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전체 목록에 끼어 있지조차 않았다.

영국은 원래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Bedtime Reading)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나라다. 전 세계 어린이를 환상의 세계로 몰아넣은‘해리 포터’ 이야기가 영국인의 창작물임도 이에 비춰보면 이해가 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아이들의 90%가 매일 베드타임 스토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있다고 한다. 이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매해 3월의 한 주간을 아예 ‘베드타임 리딩 위크’(Bedtime Reading Week)로 정해놓고 있다.

이러한 베드타임 스토리는 어떤 효과를 주는 것일까. 이 운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심리학자 에릭 시그먼은 이렇게 요약한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준다. 아울러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가치와 도덕을 전하면서 이를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두 세대가 공유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베드타임 북과 부모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베드타임 북의 목록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한다. 세대 간 가치관과 철학의 공유가 엿보인다. 영국이 강대국의 위치에서 물러나오고도 여전히 노대국의 위용을 품위 있게 이어오는 저력을 이런 세대 간 강한 연결고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OECD에서는 소득 불평등과 더불어 독해력의 불평등 구조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민 간 소득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국민의 문해력(독해력) 불평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장 이해력의 차이가 곧 개인의 성공과 발전의 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평등한 나라일수록 개인들의 발전 잠재력은 공평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대체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문해력 불평등이 낮다. 경제발전이 더딘 나라일수록 문해력의 불평등이 커진다. 국민의 독해력, 즉 책 읽기 수준은 경제 발전과 거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고리인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독서운동을 중요시한다. 선진국들은 이 독서운동에서도 선진국이다. 미국, 영국, 일본 그리고 핀란드 등이 이 운동의 선두에 서있다.

미국에서 독서운동에 바람을 일으킨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다. 그는 퍼스트레이디였던 당시 독서운동 전문가 회의를 역사상 최초로 백악관에서 열었다. 대통령 부부가 독서운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그의 딸 첼시에 대한 독서 교육의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회의로부터 힐러리 여사는 자녀를 무릎에 앉히고 ‘책 읽어 주기 운동’(Reading On the Knee)을 대대적으로 펼치게 된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그녀가 이 독서운동에 대해 한 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미국 가정에 조기 독서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모든 부모를 대상으로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노래도 불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그것처럼 두드러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일이 없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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