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공포로, 분노로 만들어놓았던 아동성폭력 사건이 조금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이제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보도된 한 인터넷 신문의 기사 내용이 또 한 번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대전에서 한 명의 지적장애 여학생이 또래 비장애 청소년 16명에게 두 달여 동안 수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에도 신문기사를 통해 한 지적장애 여학생이 공주에서 동네 주민 9명에게 피해를, 또 청주에서는 자신을 가르쳤던 교사에게 수년간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보도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실 이러한 지적장애 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매년 이와 유사한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를 하고 관심을 가졌지만 이내 곧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갔다. 아직 우리 사회는 지적장애인의 성폭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가 얼마나 지적장애인의 성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끔찍한 사건이 활자로, 목소리로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지적장애인에 대해 잘 몰라서, 성폭력에 대해 잘 몰라서, 그 정도로 심각한지 몰라서 등 “모르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매년 발생하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너무나 심각하다.

‘지적장애인들은 원래 성욕이 너무 강해’ ‘자위행위 등 성문제가 많아’ ‘거짓말도 잘 해’ ‘성관계 하고 싶어서 따라간 것이라니까’ ‘지적장애인은 성폭력을 당해도 뭔지 몰라서 이야기도 못 할거야’ 이런 인식이 팽배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지적장애인의 성을 왜곡해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적장애인은 폭행이나 협박 없는 작은 친절이나 관심에도 쉽게 따라가고 복종하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먼저 다가가 애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럴 때 비장애인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소통하는 올바른 방법을 지도해 주는 것이다. 지적장애인이 애정을 요구한다고, 그리고 결과에 대한 이해 없이 성행동에 대해 지적장애인이 동의를 했다고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적 능력이 5~6세 수준인 지적장애인이 성폭력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항거를 하지 않았다고, 도망가지 않았다고, 또 저항 없이 따라갔다고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한다.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어서 가해자를 강간으로 처벌할 수 없고, 오히려 피해를 입은 지적장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비장애인의 횡포다.

이러한 지적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외에도 지적장애인 성폭력을 바라보는 또 다른 왜곡된 시선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성폭력이 아닌 성 매수로 처벌하려는 것이다. 가해자가 성폭력에 대한 대가로 피해자에게 약간의 돈이나 물건 등을 주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지적장애인에게 성매매로 인한 피해는 있을 수 있으나 성폭력 피해는 없다는 말이다. 참 씁쓸하다.

아마 5~6세인 성폭력 피해 아동이 성폭력 상황에서 저항하지 않았다고, 위력에 의해 저항 없이 따라갔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아동이 가해자와 동의하에 성적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표현이 서투르고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지만 지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사고를 하는 건강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많은 부정적인 틀 안에서 지적장애인의 성을 평가하는 것이 그들의 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태도는 아니다.   

이제는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장애인의 인권문제에 민감해져야 하며 장애라는 차이가 차별이 돼서는 안 된다. 장애 때문에 폭력 피해에 노출되는 현실을 방관해서는 더욱 안 된다. 성폭력의 책임은 유인을 하고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에게 물어야 하며, 친절함에 유인을 당한 피해자는 보호돼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성 인식이 변화되고 진정으로 장애인의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 교사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우선적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본다. 지적장애인의 성과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일환으로 예방교육부터 시작해보자. 지적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지적장애인이 안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비장애인들이 알고 실천한다면 사회는 보다 안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방이다. 성폭력을 유발하는 가정폭력, 방임, 빈곤의 문제 등의 위험요인을 없애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또한 예방을 위한 지름길이다.

비록 성폭력 사건이 우리를 힘들게, 조급하게 만들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닌 어떠한 관점과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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